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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도 세종 덕 혹은 탓 ‘나꼼수’신동립 뉴시스 문화부장
나기자  |  news@ilganje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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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8  0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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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수준의 역사인식은 영웅주의나 애국심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거기서 멈추면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해석이 불가능해진다. 거대한 흐름 사이사이 지류와 계곡의 역사를 읽을 수 없다.

TV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한석규)는 아버지 이방원(백윤식)이 이룩한 조선의 엘리트사회와 강채윤(장혁)류 마이너리티 간 격차의 주범으로 문맹을 지목, 척결한다. 쉬운 훈민정음은 양반층 뿌리깊은 나무를 뒤흔든다.

사회학자 송호근은 ‘인민의 탄생’에서 글자를 읽고 쓸줄 아는 ‘새로운 인민’의 출현과 그로 촉발된 ‘지배 계급의 것과는 전혀 다른 인식공간’, 즉 국문담론에 주목한다. “언문은 한문과 구별되는 사회적 상상을 인민에게 제공한다. 그 속에는 지배권력의 허를 찌르고, 지배이념의 논리를 뒤집고, 심지어는 지배체제의 전복까지를 꿈꾸는 혁명적 이상이 싹트고 있었다”고 짚는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교환하고 설득할 수 있는 기제, 타인의 낯선 생각을 접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가 생긴다는 사실은 사회변혁에서 매우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평등의 대안인 공산주의는 무너졌다. 복지정책 따위로는 극심해지는 빈부차를 메우지 못한다. 경쟁논리가 민중의 삶을 해결한 역사도 없었다. 우리 사회구조를 파악하는 명료한 판을 송호근이 짰다. 이 발견에 근거, 한국사 전개과정의 비약과 단절을 설명해주는 지성들이 속속 나타날 것만 같다.

또 다른 학자들인 전인권·정선태·이승원은 ‘1898, 문명의 전환’을 통해 1896년 4월7일자 한글전용 독립신문 창간호를 분석한다. ‘우리가 이 신문 출판하기는 취리(取利)하려는 게 아닌 고로 값을 헐하도록 하였고, 모두 언문으로 쓰기는 남녀 상하 귀천이 모두 보게 함이요’라는 알림을 특기한다.

“국어를 발견한 것은 마르틴 루터가 귀족이나 성직자의 고급언어였던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일반평민들의 저속언어였던 독일어로 번역한 것과 똑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독일어의 발견은 종교개혁과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며 “독립신문의 발간으로 인해 ‘국민들은 미몽에서’ 벗어나 ‘사회의 진상’을 알게 됐으며 ‘합리적인 교육’과 ‘정당한 개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풀이한다.

이들 정치·인문학자는 만민공동회도 천착한다. 1898년 3~12월 크게 세 차례 열린 만민공동회는 국왕에게 올린 상소에서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중집회로 항의했다. 연설이라는 의사전달 방식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부상했다. 연설과 선동을 무기로 하는 근대적 정치스타(이승만)가 등장했다.

“연설은 서로 다른 계층과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을 근대 민족국가라는 틀로 호명하는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민중과 권력엘리트가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한 ‘사회계약’을 필요로 하는 근대사회에 진입했음을 말해줬다.”

만민공동회는 러시아의 절영도(현 부산 영도) 저탄소 조차(租借)를 반대, 규탄했다. 군사교관과 재정고문 철수 그리고 노한은행 철거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만민공동회 시절 서울인구는 17만명 정도다. 1만~2만명이 종로에서 ‘장작불 집회’를 열었다. 러시아를 미국, 장작을 촛불로 바꾸면 옛날얘기가 아니다.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서재필과 독립신문, 백성과 만민공동회는 이렇게 현재진행형이다. ‘나꼼수’가 기능하고 있다./[뉴시스 신동립 문화부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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