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머슴이 천 석군 주인집을 접수한 우화다.

주인이 머슴의 노임비를 묻자, 머슴은 오늘은 한 톨, 내일은 두 톨, 모레는 4 톨.. 식으로 하루에 두 배씩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주인은 몇 톨씩 해봐야 어느 세월에 한 가마니가 되겠느냐,는 단순 계산에 그만 그렇게 하자고 수락했다.

넉넉잡아 한 톨이 열 톨(10배) 되는데 5일 쯤 걸린다고 해도, 5일 후 10톨, 10일 후 100톨, 15일 후 1000톨(약 한 홉이라고 하자), 20일 후 한 되, 25일 후 한 말, 30일 후 한 가마니(=80kg)가 된다. 35일 후 10가마니, 40일 후 100가마니가 되고, 45일 후 1000가마니다. 46일 후면 2000가마니=1000석(石, 섬苫)이다.

전후 경제개발정책에 힘입어 한국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대에 올라있다. 이 경제규모는 경제력이 아니며 돈많아 잘사는 지표가 아닌 단순 '교역량규모'로 수출입의 총량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순이익과 관계없이 주고받는 돈단위가 커지다보니 버블 착시현상이 생겨 우리사회에 심각한 병증을 낳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버블, 교육비의 버블, 물가의 버블 등은 인건비의 버블로 이어져, GNP가 미국의 절반도 못되는데도 전기한 비용들은 미국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 충당하기 위한 한국사회는 빚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서민들은 거지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규모만 봤을 때 FTA는 경쟁력이 있을 것 같으나 경제 내용을 보면 우리는 선진국과 한참 동떨어진 아직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 그 내용 중 하나가 부실하기 짝없는 '분배'정책이며 복지논쟁이다.

올해 세계 인구는 70억명을 돌파했다. 남미,동남아,아프리카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늘어난 인구는 2050년에 이르러 지구인 100억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사람에 필요한 의식주,의료 서비스를 위한 식량과 자원확보는 '전쟁' 수준이다.

대규모 살상이 사라진 지구상에서 새롭게 전쟁형태를 띠는 것이 '먹고사는 문제'라면 지금 일부 경제강국이 주도한 나라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다.

세상의 모든 계약 사항은 계약기간 동안 유불리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은행의 변동금리나 고정금리를 선택할 경우 그 기간중 외부 변수로 인해 크게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본 측이 있게 마련이다. 계약자와 피계약자가 예측을 잘못했을 때 일어난 결과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내에서의 사회의식과 유통구조다. 사회의식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세계적인 자본주의 맹점이 미국 심장에서 일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다. 제품의 유통에서 본다면 최근 칠레산 와인의 가격거품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칠레간 FTA로 칠레산 와인에 관세가 붙지 않는데도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8일 발표한 국제 물가비교에서 칠레산 '몬테스알파' 카베르네 쇼비뇽 국내 판매가격(4만4000원)은 조사대상 18개국 중 가장 비쌌다고 한다. 이 와인의 수입원가는 8370원(7.5달러). 여기에 주세(酒稅)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 3875원이 더해지고 수입과정에서 발생하는 통관비, 보관비, 국내 운송비 등의 추가 8% 정도를 합해도 국내 수입상 입고가격은 1만3000원이다. 국내 유통마진을 붙여 백령도 구멍가게에서 사 먹는다해도 2만2000원이 될 수 없는 가격이다.

또 '국제투기자본의 봉'노릇을 하고 있는 한국은 환률이 한 달에 5%, 1년에 10,20%는 춤추는 곳이다. 관세철폐로 몇 % 절감된다고 한들 '소탐대실'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금도 진행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기업, 부동산은 외국계로 다 넘어가게 될 것이다(현재 삼성,포철 등의 대기업, 건설사,은행지분(=개인주택), 노른자 부동산의 외국지분, 최근 놀부보쌈 등). 하여 중국이 북한자본 소유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남북간 지리적 통일도 점점 멀어져 갈 것이다.

현대들어 전쟁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 FTA도 을사늑약처럼 국가간 성문화된 조약이지만 계약과 다름없다. 그 계약은 전쟁의 결과로 맺은 것과 똑같아 계약만료까지는 파기할 수도 없고 어떠한 유불리도 감수해야 한다.

이미 계약자는 세계지도를 펼쳐들고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임대차 계약, 은행거래 약관, 물품구매 약관 등도 전부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없애기 위한 계약이다. 연예기획사의 노예계약, 노사계약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계로 필자는 2007년 한미FTA5인방을 을사5적에 비유한 적이 있다. 자칫 나라 말아먹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조약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우리 입장에서의 독소조항을 완전히 제거되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 체결할 바에는 훗날로 미뤄도 전혀 손해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에 찬성한 박제순·이지용·이근택·이완용·권중현을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고 하는데, 이들로 인해 1910년 '한일합병조약'이 이뤄져 대한제국은 사라진다. (龍)

[한일합병조약의 원문(내용)]

“일본국 황제폐하 및 한국 황제폐하는 양국간에 특수하고도 친밀한 관계를 고려, 상호의 행복을 증진하며 동양 평화를 영구히 확보하고자 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함이 선책이라고 확신, 이에 양국간에 병합조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일본국 황제폐하는 통감 자작 데라우치를, 한국 황제폐하는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을 각기의 전권위원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므로 전권위원은 합동협의하고 다음의 제조를 협정하였다. 제1조 한국 황제폐하는 한국 정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 또 영구히 일본 황제폐하에게 양여한다. 제2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전조에 기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전연 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함을 승낙한다. 제3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한국 황제폐하·황태자전하 및 그 후비와 후예로 하여금 각기의 지위에 적응하여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제4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전조 이외의 한국 황족 및 그 후예에 대하여도 각기 상응의 명예 및 대우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을 약속한다. 제5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훈공 있는 한국인으로서, 특히 표창에 적당하다고 인정된 자에 대하여 영작(榮爵)을 수여하고, 또 은급을 줄 것이다. 제6조 일본국 정부는 전기 병합의 결과로 한국의 시정을 담당하고 같은 뜻의 취지로 시행하는 법규를 준수하는 한인의 신체 및 재산에 대하여 충분히 보호해 주며, 또 그들의 전체의 복리증진을 도모할 것이다. 제7조 일본국 정부는 성의로써 충실하게 신제도를 존중하는 한국인으로서 상당한 자격을 가진 자를 사정이 허락하는 한 한국에 있어서의 일본국 관리로 등용할 것이다. 제8조 본 조약은 일본국 황제폐하 및 한국 황제폐하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서 공포일로부터 이를 시행한다. 이상의 증거로서 양국 전권위원은 본조에 기명 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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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을사조약과 한미FTA협상 5인방 (2007.4.3일 칼럼)
소(牛)가 넘어간 한미FTA

세계화에 마지노선이 없다

소고기 뼈 얘기가 날마다 지면에 오른가 싶더니 소부터 넘어가기 시작해서 참여정부의 중장기 정책과제에 불과했던 한미FTA가 마침내 타결되었다.

1등 공신은 노 대통령이고 뒤를 이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권오규 경제부총리,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김종훈 수석 대표 등이다. 간추린 5인방의 성과에 대해 보수층은 환영의 일색으로 그동안 줄곧 노 대통령에 적의를 보였던 전여옥 의원도 "이제는 대통령을 도와 주겠다"고 공언했다.

작년까지만해도 금방이라도 하야할 것 같던 대통령이 레임덕이 올 시기에 대박을 터뜨려 향후 대선까지 막판 뚝심을 보여줄 발판을 튼튼하게 마련했다. FTA반대를 위해 단식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통령의 큰 틀 속의 비전에 묻혀 아직 단식을 하고 있는지 굶어 죽었는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일본은 멕시코와의 FTA체결로 미-멕시코와의 관계로 인해 간적접인 체결국이나 다름없지만 미국과 직거래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전세계 10여 개 국 중 동아시아에서는 싱가폴 다음으로 우리다. 구한말 서구 열강의 문호개방 압력에 굴하지 않고 쇄국으로 버티다가 일본에 덜미를 잡힌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려는듯 일본과 중국을 앞질러 'FREE'를 선언한 결과다.

돌이켜보면 을사조약도 역사의 흐름이요, 누군가가 소위 총대를 메고 나서지 않으면 아니될 상황이었다. 일본과의 조약으로 조선의 미래가 더 나을것인가 그렇지 못할 것인가는 현재의 FTA찬반만큼 뜨거웠을 것이다. 국가를 되찾았기에 이완용을 포함한 5인을 乙巳五敵으로 부른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이 눈부신 근대화를 이뤘다 하여도.

을사조약이나 한미FTA가 세계화의 대세라면 강제합방 100여 년이 지난 2007년, 5인방이 체결해서 앞으로 100년, 200년이 갈지도 모를 협정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우선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에서 보자면 자동차, 섬유, 전자 등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은 물론, 신발, 고무, 가죽과 같은 중소기업 제품들도 경쟁국가에 비해 가격우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의료, 교육 분야는 당장 큰 영향이 없으며 가장 타격이 클 분야는 농업과 제약이다.

담화 내용을 종합하면 수출기업이 크게 돈을 벌고 고용이 증대되며, 수입으로 인해 손실을 받은 부분은 국가가 보전해 준다는 것. 홍익인간의 실현이요, 사해동포주의의 발현이다. 장사가 잘 된 부자집의 돈을 거둬 할 일없어 쫄쫄 굶는 서민에 나눠준다는 홍길동이나 임꺽정이나 장길산의 이념이다.

그런데 보자. 이 정부 들어서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고 성장이냐 분배냐 논쟁만 분분했지 부는 갈수록 편중돼 서민의 기반이 송두리채 흔들리고 있다. 각종 세금 보험료의 끊임없는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기에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다는 얘기인가.

이런 점을 지적하면 "잘못 된 것이 뭐가 있냐, 국민들이 뭐가 얼마나 못살아졌느냐, 증거를 대봐라"고 오히려 윽박지르는 머저리 관료들이 판을 치고 있다.

생명을 저당잡힌 한미FTA

당장의 의약품이 개방되면 고령화에 진입하는 우리 국민에게 가장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약국을 접수한 미국산 의약품은 진료시장 개방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의료시스템을 의료용역(행위)만 제공하는 한국인(의사) 하드웨어에 미국산 소프트웨어(약)의 결합으로 나타낼 것이다.

생명과 직결된 순환계와 내분비계통의 시장을 내주고 껍데기만 잘 봉합하는 외과 의사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우리 의료체계는 약국이 병원에 완전 종속돼 병원이 약국 하나 죽이고 살리기는 일도 아닌데 이제는 뒤집힐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 고정비와 같은 의료비용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는 가격변동과 시장의 질서가 불안정한 공산품 수출로 얻은 가시적인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즉, 먹고 치료하는 것이 상수라면 기계장비는 변수이기에 헐값으로 수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1,2차 산업과 IT분야의 수출을 늘리기 위하여 최첨단 생명공학 분야를 미국에 내준 결과가 이번 FTA다.

정부는 광범위한 반발과 명분이 예상되는 쌀 개방만을 막는다고 했다. 면적이나 종사자, 여론 등으로 봐서 가장 효과적인 대국민 설득이었다. 미국은 한반도 통일 이후까지 생각하고 이번 협상에 임했을 것이며 우리가 쌀에 집착하는 사이 의약 시장을 치밀하게 분석했을 것이다. 한국인 1인당 년간 쌀값이 고작 30만원, 미국쌀이 세계를 독점할 수 없는 미래라면 우리는 쌀 하나를 위해서 너무 많은 희생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거리에서 그들은 왜 FTA를 그토록 반대했는가. 아직까지 국제적인 진행상 특별히 맺을 이유도, 서두를 필요도 아직 없는 그 협정을 '한국의 쌀만은 절대로 지켜 줄께'라는 말해 다 속아 넘어간 결과다. 우리와 전혀 산업구조가 다른 싱가폴이나 멕시코를 우회함으로써 미국과 직거래 위험을 헤지한 일본을 본다면 이건 분명 무모한 협정이었다. 게다가 대미 교역 의존도도 아무리 높다지만 그 계수 면면에서 일본산의 핵심부품 값이나 수입원자재값을 제외하면 순수 국산 교역량은 훨씬 줄어든 현실인데 말이다.

문득 어렸을 때 친구들간 오갔던 농(弄)이 생각난다. - 자기를 실컷 미화하며 친구들 귀를 쏙 빼놓다가 얘기 말미에 '저 산으로 소(牛)가 넘어가더라'는 말 - '너희들은 모두 내 말에 소가(속아) 넘어갔다'는 뜻인데, 한참 생각하다가 웃었던 적이 있다.

남한이 그동안 미와 부시에게 잃었던 점수를 한방에 만회할 심산으로 무리하게 이끌어 낸 한미FTA라면 미래의 역사에서 현재의 5인방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우리는 먹는 것(쌀)에만 신경 썼지 사는 것(약)에는 너무 소홀히 한 듯 싶다. 을사조약처럼 결과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이번 협정은 대세론으로 혹은 양비론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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