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지난 17일 오후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탤런트 문채원이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통신사와 인터뷰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눈물의 여왕이 있다. 남장여인 화공 ‘신윤복’(문근영)을 향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 흘리고(2008년 SBS TV 드라마 ‘바람의 화원’), 오랜 시간 자신의 짝으로 생각해온 친한 오빠 ‘선우 환’을 의붓 언니 ‘고은성’(한효주)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지만 결국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오열하며(2009년 SBS TV '찬란한 유산), 자신의 잘못 탓에 ‘아버지’(박인환)가 쓰러지고 그 여파로 집안까지 풍비박산이 난 뒤 눈물을 달고 사는(2010년 SBS TV ‘괜찮아 아빠딸’) 여인이었다.

하지만 ‘괜찮아 아빠딸’의 ‘은채령’은 울고만 있지 않았다. 집안의 몰락에 대한 죄책감을 가족에의 책임감으로 승화시키며, 명품 백에 목숨을 걸던 철부지 막내딸에서 온갖 궂은 일을 마다 않고 자신의 삶을 당당히 펼쳐나가는 집안의 기둥으로 커나갔다.

그런 모습이 계기였던가. 이후 이 눈물의 여왕은 달라졌다. 올해 여름에는 울긴 울어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두 여인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다.

극장가를 초토화한 액션 블록버스터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서는 조선 땅을 침략한 청나라 군대에 혼례식에서 납치돼 적지인 만주까지 끌려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황자 ‘도르곤’(박기웅)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놓이지만 당찬 기개와 불굴의 의지로 탈출하는 ‘자인’으로 호연을 펼쳤다.

비슷한 시기에 전차를 탄 KBS 2TV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는 사랑을 위해 공주의 신분은 물론, 자신의 목숨까지도 초개와 같이 내던지는, 그래서 아버지 ‘수양대군’(김영철)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며 칼을 갈던 ‘김승유’(박시후)의 마음을 돌리고, 수양대군으로부터도 끝내 용서와 이해를 받아내는 용기 있는 ‘이세령’으로 열연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750만명에 육박한 영화와 시청률 20%대의 드라마로 흥행여신으로 떠오른 문채원(25)이다.

과거 문채원이 보여준 작품 속 캐릭터는 모두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드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올해 작품들에서 문채원은 한결 당차졌다. ‘공주의 남자’는 그 절정이었다.

“세령은 여태껏 봐왔던 사극에서의 여성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며 변화의 폭도 컸어요. 저 스스로도 ‘나만 노력한다면 보여줄 수 있을 것이 많겠구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흥미로웠죠. 또 ‘사극에서 남녀 간의 애정을 이렇게 격하게 표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걸 해본다는 것에 대해 큰 즐거움이 있었어요.”

영화와 TV 드라마라는 차이는 있지만 문채원이 이미지 고착을 각오하면서까지 사극 연속 출연을 결정했을 정도로 ‘공주의 남자’는 사극으로서는 정말 보기 드문 사랑의 모습을 안방극장에 펼쳐놓았다.

   
▲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지난 17일 오후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탤런트 문채원이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통신사와 인터뷰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서 세령은 옥에 갇힌 승유를 만나러 갔다가 목을 졸리기도 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승유에게 납치되기도 한다. 그럴수록 세령의 승유에 대한 죄스러움과 미안함은 빠르고 거세게 사랑으로 승화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증오하는 남자나 그런 사람을 안아줄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여인은 아직껏 보지 못했어요.”

압권은 문채원 스스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는 제14부 엔딩이었다. 납치한 세령을 데리고 수양대군을 만나는 승유에게 친구인 ‘신면’(송종호)이 거침 없이 화살을 날리고, 세령이 대신 맞는 장면이었다.

문채원은 “그때가 세령이 승유에 대한 마음이 많이 깊어질 때였어요”라며 “그래서 많은 감정들이 집약됐고, 저로서도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죠”라고 돌아본다.

사실 연기적으로 슬퍼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보다 그런 마음을 속으로 삭이며 의연하게 맞서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게 마련이다. 문채원이 연기력으로도 인정 받게 된 것은 바로 그런 모습들을 훌륭히 해낸 덕이다. 더군다나 ‘공주의 남자’는 극 초반 연기력 논란까지 불러오지 않았나.

“초반 연기가 튀어 보였나 봐요. 세령이를 주목 받게 하고 싶다는 욕심에 톤을 튀게 잡았거든요. 어른들이 사극이란 눌러서 가는 맛이 있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부족해서 계산이 틀렸던 거죠.”

당시 마음고생이 극심했을 텐데도 문채원은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중반 이후에는 연기에 대해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세령은 극 초반에만 해도 자신의 아버지 수양대군의 야심이나 격변하는 조선의 정치 상황 같은 것은 까맣게 모르는, 호기심 많고 철없던 종친 집안의 큰딸이었다. 그런 세령이 승유와 사랑에 빠지고, 계유정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변모해간다. 그렇게 본다면 초반에는 튀는 세령이가, 후반에는 성숙한 세령이가 맞는 설정이었을 거다. 그렇다면 문채원의 계산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문채원은 그간 출연한 사극들의 성공으로 ‘사극의 여왕’으로 자리 잡았다.

   
▲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지난 17일 오후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탤런트 문채원이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통신사와 인터뷰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가 연기를 한 것은 올해로 5년째에요. 바람의 화원과 최종병기 활 사이에는 계속 현대극만 했어요. 사극으로 더 많이 기억해 주시더군요. 아마도 사극 자체가 주는 여운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문채원은 아직도 사극이 두렵다

“사극은 사극의 맛을 알아야하지만 아직 몇 작품 하지 않은 처지라 사극의 맛을 아직 몰라 두려워요”라면서 “게다가 그 동안 제가 출연한 사극들이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허구의 이야기를 섞은 것이고, 제 캐릭터는 실제 인물이 아니라 모두 창조된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로서는 자유스럽게,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지만 사극은 사극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께는 제 연기가 부족하게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거든요”라고 털어놓는다. 이어 “이 모두가 저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한 부분이므로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겁니다”라고 다짐한다.

문채원의 좌우명은 특이하게도 ‘인생은 뭐 있다’다.

“삶은 단 한 번 뿐이니까 하루 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의미에요.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모든 게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저 역시 작품 속 역할이 크던, 작던 결코 흔들리지 않고 책임지고 끝까지 해내려고 해요. 여배우들도 에너지가 있는 분들은 아무리 연약한 것을 해도 그게 전달되거든요. 저 역시 오랜 시간 많은 작품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켜켜이 쌓아가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건강하게,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게끔요.”

문채원의 이런 의연한 내면이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이제 눈물의 여왕이 아닌 희망과 의지의 여신으로 키웠나 보다. 그럼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각오일까. 특히, 사극에서의 높은 인기가 앞으로 현대물을 연기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극이든, 현대물이든 장르에 구애를 받지 않아요. 이번에 사극을 했다고 다음에는 피할 마음도 없고요. 작품 구조가 튼튼하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기꺼이 출연할 생각이에요. 제가 지금까지 재미를 느끼고 희망을 찾았던 많은 영화와 드라마처럼 보는 분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그런 작품들을 할 것이고, 저는 그 안에서 성실하고 좋은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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