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당선자, 김지희(시), 이명숙(시조)전국에서 총 1197편(시 721, 시조 476) 응모,1월 12일(일) 오후 3시 제주시 로얄관광호텔 대연회장서 시상식

▲ 2014 제7회 영주신춘문예 당선자 (왼쪽부터) 김지희(시), 이명숙(시조) 씨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일간제주’와 ‘영주일보사’가 ‘인터넷 신문사상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제7회 2014 영주신춘문예’ 당선작을 선정 발표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 지는 영주신춘문예의 시부문 당선작은 김지희(서울시 동작구 노량진1동)씨의 ‘가을, 낯선 도시를 헹구다’가, 시조부문 당선작은 이명숙(제주시 노형동 한라대학로)씨의 ‘옥돔’이 결정됐다.

응모작은 총 1797편(시 721편, 시조 476편)이며, 심사위원은 시부문에 변종태․박몽구선생이, 시조부문은 권갑하․박명숙선생이 수고했다.

시상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당선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공지될 예정이며, 시상식은 1월12일(일)오후 3시 제주시 연동 소재 로얄관광호텔 대연회장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당선작가에게는 각각 1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인터넷신문 ‘일간제주’와 ‘영주일보’ 사장의 상패가 수여된다. 

[2014 영주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가을, 낯선 도시를 헹구다

김지희

한잔 노동이 넘실대는 부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여자의 일생이 부조되어 있다

엄마 허벅지 베개 삼아 달게 잠들었던 소녀시절이
캄캄해 보이지 않는 새벽 어스름
잠든 아이의 꿈자리를 지나
슬그머니 부엌에 나가 불을 켠다
문득 완전한 어둠 속에 던져졌던 세상 한 곳이 환하다
옹이 박힌 가슴으로 숭숭 새는 물소리를 잠근다
부엌 속에 갇혀 맵고 짜고 달고
가끔 바삭바삭 타는 소리 너머
나는 세상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나온
존재하지 않은 가을이었다
부엌에 앉아 작은 상을 성좌처럼 펴고
나의 언어를, 별을 찾다가 웅크린 어깨선이
어느 파도에 부딪혀 무너지는지 속이 거북하다
살다 남은 시간을 쪼개고
찬 손을 비비고
싱크대 속에 갇혀 몇 년째 속앓이 한 냄비를 닦고
예리한 어둠에 그을린 낯선 도시를 헹구며
깊은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세우고 국을 끓인다
파, 시금치 온통 날것인 것들이 불꽃으로 저를 살라
새로운 맛을 낸다
모든 사랑의 고통의… 뉘우침으로
한 그릇을 위한 부엌의 노동엔 어떤 해석도 필요치 않다

성찬식 밀떡처럼 작은 평화를 입에 물고
부조의 문을 밀고 나와
식구들의 잠든 귀를 깨끗하게 여는 저 폐경기의 새벽!

[시부문 심사평]

삶의 곡진한 국면과 신선한 이미저리의 조화

올해 마지막 수확을 거두고자 하는 의욕 덕분인지, 이번 영주 신춘문예에는 멀리 호주와 미국을 비롯 한국어의 영토가 펼쳐진 곳들로부터 많은 응모작들이 쏟아졌다.

문학적 열정으로 가득 찬 1천여 편의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며 선자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응모작들의 분량도 예년에 비해 몰라보게 불어났지만, 문학적 성취의 경중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시편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자들은 흔히 신춘문예 투라 불리는 지나친 수사와 단단하게 엮여 있지 않은 이미저리의 남발이 불거지는 시편들을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데 합의하였다.

개중에 어떤 이의 작품은 명징한 이미저리의 구사에도 불구하고 시적 전개를 뒤에서부터 뒤집었더라면 더 효과적일 것 같기도 하였다. 그만큼 작자의 마음이 담기지 않은 작위적이고, 파편적인 사유가 팽배된 시편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선자들은 시적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분별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네 삶의 다양한 국면을 진지하게 담고 있는 시들, 시적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는 이미저리의 구사 능력, 사전적 의미를 넘어 사물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을 가졌는가 등의 여부에 중점을 두어 본심에서 논의할 만한 작품들을 골랐다.

그 결과 김은정 씨의 <폭설>, 김곳 씨의 <읽어버린 길>, 이명옥 씨의 <구두코를 향하여>, 김지희 씨의 <가을, 낯선 도시를 헹구다> 등을 본심에 올려놓고 논의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물을 새롭게 보게 하는 묘사력과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신선한 의미망을 환기하는 데 상당한 수준을 견지하고 있었다.

김은정의 작품들은 그 같은 점에서 주목이 갔지만 작자가 품은 세계관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고, 시상의 전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아직 착근이 덜 되었다는 데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곳의 작품들은 이중적 의미망을 엮어가는 알레고리의 구사에 치중하였지만 모호하거나 충분한 전개가 되지 못한 채 마무리를 서두르는 미숙함을 노출하였다.

이명옥의 작품들은 해체적이면서도 명징한 이미저리들이 돋보였지만 현실과의 긴장 관계가 이완되어 그 절실함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김지희 씨의 작품들은 여성의 삶의 무대인 살림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한 사려 깊은 천착에 바탕해 있다. 피로를 유발하는 도로를 넘어 화자를 참인간으로 재탄생하게 하며, 나아가 식구들의 건강하고 밝은 삶을 묵묵히 뒷받침하는 사랑의 정신을 담지하고 있다.

그것들이 과하지 않은 이미저리를 동반하여 처리되고 있는 점들이 주목을 끌었다. 몇 군데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산문적 잔재와, 다소 부족한 정적(靜的) 모티프 들이 선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선자들은 본심에 오른 작품을 놓고 벌인 토론과 장고 끝에 최근 들어 지나치게 언어 유희와 낯선 상상력의 세계로만 치닫는 신춘문예의 병폐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에 따라 삶의 곡진한 국면들을 시의 그릇에 담아내면서도, 명징한 이미저리의 강구를 통해 사상(事象)들에게 새롭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점들을 사서 김지희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밀기로 하였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과 함께 앞으로의 정진과 분발을 당부하며, 아울러 이번에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도 더욱 정진하여 새로운 기회의 문을 활짝 열기 바란다. 심사위원 : 박몽구(시인, 글), 변종태(시인)

▲ 김지희 씨(시 부문 당선자)
[당선소감]

“시를 결코 허욕과 명예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다. 시라는 견고하고 딱딱한 옥석을 말없이 석수장이처럼 갈고 닦는 일만을 했을 뿐이다” -발레리

새벽녘 ‘별’을 가지고와 ㄹ을 갈고 갈아 ‘벼’를 만들기도 해보지만, 과연 나는 시를 쓰며 ‘시라는 옥석을 말없이 석수장이처럼 갈고 닦는 일만을 했을 뿐’ 이렇게 말 할 수 있을까? 늘 반문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보다는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며 언어 속에서 마음의 극치를 누리고자 했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언어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고 안으로 갇혀 캄캄한 바위 속 소통할 수 없는 무늬만 그리고 있었다.

노을이 모닥불처럼 피어, 식어가는 12월을 태우는 거리 크리스마스 캐롤이 어느 상점에서 흘러나온다. 절망도 경쾌하게….

낡은 전통에 매달려 있는 언어를 지우고, 손 끝마디로 새겨 넣은 뿌리로, 달의 큰 통 안에 있는 여자로, 투명한 모음들이 풍선처럼 솟아오르는 언어로, 겨울 가로수 가지 끝에 걸린 새벽별로… 말없이 견고하고 딱딱한 시라는 옥석을 석수장이처럼 갈고 닦을 것이다. 이번 겨울이 지독하게도 따뜻하다.

약력: 성주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 수료

[2014 영주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옥돔

이명숙

지느러미 가시 같은 까칠한 손잔등이

햇살을 뒤척이며 꾸득꾸득 말라간다

함지 속 대여섯 뭉치 하얗게 핀 소금꽃

갈매기 비린 문자도 졸고 있는 오후 세시

굵은 주름 행간마다 서린 미소 너른 여백

때 늦은 국수 한 사발 입술주름 펴진다

식용유 한 스푼에 열 올려 튀겨내면

뼈째 먹는 보약이라나 오일장 할망 입심

바다도 통째 팔겠다 검정 비닐 속 찬거리

[시조부문 심사평]

시조는 정형양식의 시이다. 정형양식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현대시로서 불리한 점이기도 하다. 좋은 시조는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야 하고 3D 동영상처럼 입체적이며 동적으로 다가올 때 실감과 감동을 일으킬 수 있다.

영주신춘문예에 공모된 작품들의 수준은 고르게 높았다. 여러 차례 정독을 하고 심사위원간 돌려 읽기와 소리 내어 낭송하는 과정을 거쳐 이명숙의 「옥돔」을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함께 보내온 9편의 응모작도 당선작을 결정하는데 역할을 했다.

「옥돔」은 오일장에서 옥돔을 파는 좌판의 풍경을 배경으로 우리 시대의 서정을 우려낸 작품이다. ‘갈매기 비린 문자도 졸고 있는 오후3시’에서는 감각의 수준을, 할머니의 구수한 입심이 실린 ‘바다도 통째 팔겠다’에선 시의 너른 품이 읽혀진다.

최종심에서 겨룬「여줄가리 닭의장풀」과 「가을적벽」이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의 손을 떠나지 못했음을 밝힌다. 아쉬움을 전하며 더욱 정진을 빈다. 거듭 이명숙 님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권갑하(시인, 글) 박명숙(시인)

▲ 이명숙 씨(시조 부문 당선자)
[당선소감]

미용실 쉬는 날, 중문 가는 길 1,100도로 전망대에서까마귀들이 하늘을 업고 이리저리 날고 있었다.흑요석 같이 땅에 앉은 까마귀의 검은빛 그 단색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순간 그것이 그리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이런 뜻밖의 좋은 소식을 접하려는 전조였던 것 같다.

몇 십 년 넘게 살던 서울에서 제주까지 와야만 했던 이유가 시조를 쓰기 위해서였나 보다.'고통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아름다움을 얻게 된다'는은혜로운 선생님의 시론을 기억한다.

아직은 제주의 오름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잘 모르지만제주의 뿌리 깊은 아픔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기를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많은 정성과 시간을 제주를 이해하는데 쏟게 될 것이며 시조를 쓰는 것으로아름다운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뭍에서 제주를 찾는 인구들이 늘어나는 요즘제주를 알리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글을 쓰려거든 제주로 오라'잊고 있던 모든 감성이 제주에 와서 활화산처럼 폭발한 것은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높고 큰 하늘과 부드럽고 넉넉한 바다가내게 주는 느낌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바람 그리고 초록빛 생명에서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쓰는 내 시조의 바탕은 사랑이다.도로를 해안을 중심으로 한 겉모습만 봤지만이제 사람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속의 사랑을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시조, 율격이 아름다운 춤사위로선보이고 싶다. 젊은 사고로 우리 시조의 나이까지도 줄여서'시조' 하면 고루하게 생각하는 젊은 영혼에 신선한 충격이 되는 시조를 짓고 싶다.

부족한 작품에 날개를 달아주신 심사위원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늘 격려를 아끼지 않는 남편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약력: 서울 출생.
2013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10월 장원
현재 헤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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