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당선작 ‘어떤 사랑에 대해’의 ‘왕중왕’에 이어
한국문단, 2009년 제2회의 윤이산의 ‘선물’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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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산 시인

2009년도 제2회 영주 신춘문예 당선작 시부문 윤이산의 ‘선물’이 ‘신춘문단’의 시선을 끌고 있다.

권위 있는 문학지 계간시평 ‘문학나무’ 2009년 봄호에서 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은 ‘신춘문예에 대한 몇가지 생각’이란 글을 통해 영주신춘문예 당선작 ‘선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이승하시인은 “종이신문도 아닌 인터넷신문인데다, 상금도 턱없이 낮은 100만원밖에 안되지만 (올해의 신춘문예 당선작 가운데) 뉴스제주의 영주신춘문예 당선작 ‘선물’이 눈에 띈다”고 밝히고 있다.

이승하시인의 글 가운데 관련부분을 옮긴다.

‘이상하게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 중에는 특별히 좋은 작품이 눈에 띠지 않는다. 심사위원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절차탁마한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 별로 없다. 문화의 기류가 전반적으로 가벼워지고 상업성에 치우쳐 작품성을 등한히 하는 작금의 경향이 시인 지망생에게도 전염된 탓이 아닌지. (중략) 그런데 종이신문이 아니라 <뉴스제주>라는 인터넷 신문에서 공모한 제2회 영주신춘문예의 당선작(중략) ’선물‘이 눈에 띈다. 상금도 다른 신문사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100만원이고…’

영주신춘문예 당선작에 대한 이 같은 한국문단의 호평은 제1회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이성이의 ‘어떤 사랑에 대해’가 창조신문사가 시행한 전국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중 ‘왕중왕’ 선정에서 뽑힌데 이은 것으로, 영주신춘문예의 응모 작품 수준이 전국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제2회 영주 신춘문예 작품 소개 전문#

선물

-윤이산-

늙은 두레상에 일곱 개 밥그릇이
선물처럼 둘러앉습니다
밥상도 없는 세간에
기꺼이 엎드려 밥상이 되셨던 어머닌
맨 나중 도착한 막내의 빈 그릇에
뜨거운 미역국을 자꾸자꾸 퍼 담습니다
어무이, 바빠가 선물도 못 사 왔심니더
뭐라카노? 인자 내, 귀도 어둡다이
니는 밥 심이 딸린동 운동회 때마다 꼴찌디라
쟁여 두었던 묵은 것들을 후벼내시는 어머니
홀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바람이 귓속을 막았는지
추억으로 가는 통로도 좁다래지셨습니다
몇 년 만에 둥근 상에 모여 앉은 남매는
뒤늦게 당도한 안부처럼 서로가 민망해도
어머니 앞에선 따로 국밥이 될 수 없습니다
예전엔 밥통이 없어가 아랫목 이불 밑에 묻었지예
어데, 묻어둘 새나 있었나 밥 묵드키 굶겼으이
칠남매가 과수댁 귀지 같은 이야기를
손바닥으로 가만가만 쓸어 모으다가
가난을 밥풀처럼 떼먹었던,
양배추처럼 서로 꽉 껴안았던 옛날을 베고
한잠이 푹 들었습니다
문밖에는 흰 눈이 밤새
여덟 켤레 신발을 고봉으로 수북 덮어 놓았네요
하얗게 쏟아진 선물을 어떻게 받아얄지 모르는 어머니
아따, 느그 아부지 댕겨가신 갑따
푸짐한 거 보이, 올핸 야들 안 굶어도 되것구마이
미역국처럼 뜨끈한 묵소리를 싣고
일곱 남매가 또 먼 길을 떠나는 새벽

<양대영 기자/저작권자 ⓒ 뉴스제주/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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