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없는 제주해군기지, 누구를 위한 국책사업인가?

   
▲ 강경식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지난 보름여 기간의 행정사무조사 기간 동안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증인신문과 참고인 진술, 현장조사 등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추진과정을 소상히 살펴보았습니다. 조사 위원으로 참여한 결과에 대한 소감과 함께 도민여러분께 몇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해군과 국방부는 국책사업이라고 하는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사업을 강행 추진하고 있습니다. 항공모함을 접안하는 부두를 만들면서도 억지로 크루즈 선박 2척을 접안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제주도민들과 국민들을 속이고 기만하여 왔습니다. 2007년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만들라는 국회부대의견을 준수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예산지원과 법적 근거가 되는 2009년 4월 27일 국방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체결한 기본 협약서 중 지역발전사업 지원, 지원협의체 구성․운영, 크루즈항 시설, 알뜨르 비행장 부지의 사용 등 10개 조항 중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전혀 이행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려는 움직임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해군기지 예정지에 대한 사전환경성 검토와 입지선정 과정은 의혹투성이 그 자체이며 사전환경성 검토과정은 제주 도정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습니다. 주민의견수렴과 여론조사, 강정으로의 결정 과정 또한 민주적인 절차와 공정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10만 평방미터가 넘는 강정 구럼비 해안 절대보전지역은 전문가를 동행하지도 않은 채 3일만에 도 집행부에 의해 조사가 완료되었고, 의회에서는 의장직권 상정으로 날치기 처리 되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실 그 자체였습니다. 멸종위기 동식물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제주새뱅이, 층층고랭이 군락 등은 조사에서 누락되었고 구럼비 바위에 대한 자세한 조사나 원형보전의 가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환경영형평가 협의사항 이행 역시 지켜지지 않고 공사는 강행되고 있습니다. 부지를 고르는 토공사업과 구럼비 바위를 깨는 공사가 가배수로와 침사지, 오탁방지막 설치를 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하수 관정은 폐공처리 되지 않았고, 집중호우 때마다 흘러가는 폐목과 흙탕물은 물론이고 비가 내리면 흙과 돌가루, 자갈이 청정바다로 유입돼 강정 앞바다와 범섬에 자생하고 있는 연산호군락과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문화재 발굴 조사 과정은 또 어떻습니까? (재)제주문화유산연구원의 이사 2명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과 문화재 감정평가위원으로 있어 문화재 발굴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 업체가 ‘제척사유’를 무시하고 발굴조사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를 어기고 4차례나 부분공사 승인을 얻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9월 2일 새벽, 문화재청의 지시를 묵살하고 문화재 발굴조사 직원의 입회도 없이 문화재 발굴 트렌치(시굴조사를 위한 구덩이)위로 펜스를 치고 컨테이너를 올려놓는 공사를 강행하였습니다.

어느 것 하나 올바른 절차와 법규를 준수하며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는 과정들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불법 공사는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전 도정은 이와 같은 불법적이고 절차적 정당성을 어긴 제주해군기지 공사 추진에 대해 2007년 5월 22일 “대승적인 차원에서 ‘先동의 後합의’의 선험적 결정으로” 라는 해군기지 수용 공문을 국방부에 발송함으로써 백기투항 하였고, 크루즈 선박 2척이 접안할 수 있는지 선회장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도 없이 해군을 믿고 민군복합항을 승인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민군복합항이라는 이중협약서까지 체결하며 도민의 판단을 흐리는데 일조하여 왔으며, 절대보전지역 해제, 환경영향평가 동의 등 해군에 적극 협조하여 왔습니다.

5기 민선 도정 또한 Win-Win의 해군기지 문제 해결 해법을 내놓기 보다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 이행과 사후 환경조사, 문화재 발굴 절차 이행 등에 대해서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기는커녕 권한이 없다며 거의 손을 놓고 있었음이 이번 행정사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러면서도 해군측의 농로폐지, 행정대집행 등의 요구에는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강정마을 주민과 도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렇듯 명백하게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해군기지 공사 즉각 중단을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에 우근민지사는 “지금 시점에서 공사를 중단할 의향은 없다.”라는 답변으로 다시 한번 도민들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법의 엄정한 심판을 내려야 할 법원 또한 해군과 국방부가 법과 절차를 어겨가며 사업을 추진하고 도민을 속이고 기만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강정주민들은 원고적격이 없다며 해군에 면죄부만 주는 판단만 내려왔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반대하는 주민들과 전국의 평화 활동가들을 외부세력, 좌경․용공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육지 지방 경찰 기동대를 불러들이고, 해병대까지 투입하였습니다. 정부는 법과 절차와 약속을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서 해군기지를 강행 추진하면서 정작 사소한 법규를 위반하였다고 7명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구속 수감시키고, 200명이 넘는 주민들을 손해배상과 법위반 협의로 소환장을 계속 발송하고 있습니다. 다시 행정대집행도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행정사무조사에서 해군측의 이은국 단장은 두 차례의 증인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직 해군기지가 완성되지도 않았고 기본 협약서 제8조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보물이나 감춰 놓은 양 지방의원과 기자들까지 해군기지 사업부지 내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도민과 국민을 무시하고, 지방의회와 국회를 능멸하며 추진하는 해군기지가 과연 누구를 위한 해군기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인가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창조에 열광적으로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응원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 정도인가 생각하니 너무나 부끄러워 눈물이 앞을 가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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