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제주도는 기름값이 이렇게 비쌀까?”
한국석유공사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제주도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22원으로,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1,724원)과 거의 같다. 단순한 체감이 아니라, 수치로도 확인되는 현실이다.
2021년 한 언론보도에서는 제주시내 129개 주유소 중 96곳(약 74.%)이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 사실이 보도되며,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2025년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11월 11일 기준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제주시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68원, 서귀포시는 1,750원으로 제주시가 약 18원 더 높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귀포에는 1,697원(3개소), 1,700원(4개소), 1,715원(4개소) 등 비교적 저렴한 주유소들이 분포하고 있었던 반면, 제주시에서는 1,718원(6개소), 1,728원(29개소)이 가장 낮은 가격대였다.
더 주목할 부분은 가격대의 집중 현상이다. 서귀포는 66개 주유소 중 20개(30%)가 1,760원을 책정한 반면, 제주시에서는 1790원을 책정한 주유소가 51개(40%), 1728원을 책정한 곳이 29개(23%)로 나타났다.
이렇게 도내 주유소 간 가격이 일정 구간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은, 공정거래법상 ‘명시적 담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담합과 유사한 구조적 효과를 내어 그 피해는 결국 도민들이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가격을 먼저 인하하는 일부 주유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며 사실상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가격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제주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일정 부분의 물류비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높은 가격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같은 섬 안에서도 서귀포처럼 비교적 경쟁이 작동하는 지역이 있다는 점은, 결국 문제의 핵심이 물류비가 아니라 유통구조와 시장 경쟁의 부재에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도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가격 모니터링단을 운영하며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으로는 ▲가격정보의 실시간 공개 강화 ▲석유류 유통 전 과정의 모니터링 체계 확립 ▲공공주유소 확대 등 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기름값 상승은 단순히 자동차 연료비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난방비, 시설하우스, 양식장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1차 산업에도 직격탄이 된다. 이는 도민 가계와 지역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기름값 문제는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생활물가 문제인 것이다.
서귀포 사례가 보여주듯, 경쟁이 작동하면 가격은 낮아지고, 투명성이 높아지면 도민의 신뢰는 커진다.
기름값이 비싼 섬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에너지 소비가 가능한 제주,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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