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11-25 21:46 (화)

지난해 제주1차산업 조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또 농업인단체를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특히 농축산업 분야가 3조 9천억원에 달해 4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의미가 큽니다.

그러나 지난 한 해는 농업에 있어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잦은 폭우, 저온 서리피해와 동해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수확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산 농산물 가격이 호조를 보이며 밭작물 조수입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재해로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성과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농업인과 행정, 농협이 함께 땀흘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농사만 지으면 팔아준다”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제 농업인은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라 시장의 주체입니다.

실제로 제주도정은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와 ‘수급관리센터’를 설립해 농업인 주도의 수급조절을 뒷받침했습니다. 육지부에 3곳의 거점물류센터를 세워 물류비 부담을 줄였고, ‘제주농업디지털센터’를 세워 데이터기반의 과학영농 시대를 열었습니다. 생산·유통·소비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제주농업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5조원시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입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친환경·지속가능 농업이 중요합니다. 탄소중립과 ESG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입니다. 안전한 먹거리와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무입니다.

또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6차 산업화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원물 출하에 그치지 않고, 가공·체험·관광 등과 결합해 농업을 문화와 산업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이미 전국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제주감귤, 한라봉, 월동무, 레몬, 당근 등을 활용한 가공식품과 로컬푸드, 체험프로그램은 농가 소득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습니다.

청년농업인 육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농촌 고령화는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최대 과제입니다. 최근 제주에서 청년주도의 공동경작, 협동조합, 학습공동체가 활발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제주농업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농업인·행정·농협의 협력구조가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농업인단체는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행정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며, 농협은 금융과 유통을 책임지는 삼각 협력 구조가 필요합니다.

농업은 단순히 한 세대의 생계가 아닙니다. 후대와 함께 지켜야 할 삶의 터전이자, 제주도민의 문화와 정신이 깃든 뿌리입니다. 5조원의 성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우리 모두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나아간다면, 제주농업은 미래세대에게 당당히 물려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산업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