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찬반 다툼, 이제 멈출 때도 된 것 같다. 여러 경로를 거쳐 이미 합리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찬성이다 반대다 하면서 다투는 것은 별 소득도 없는 소모전일 뿐으로,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던 바였다.

그렇지만 얼마 전 국회 제주해군기지조사위가 제주특별자치도를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하던 중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해양부 3자간 맺은 기본협약상의 사업명칭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
확인된 바에 따르면 국방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본협약서 사업명은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로, 제주도가 보유하고 있는 기본협약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되어 있다. 어느 사업명칭이 맞는 것인지, 납득되지 않는다.

사업명칭이란, 사업내용을 함축한 사업의 상징이다. 물론 표현상 작은 괄호안의 내용은 괄호 밖의 내용과 같다든지, 아니면 설명하는 글로 쓰이고는 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국방부가 보유한 협약서 제목과 제주도가 보유한 협약서 제목이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한쪽이 다른 쪽을 기만하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사업이란 점에서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반대의견을 가진 강정주민을 무마하기 위하여 군사기지가 아니란 걸 속인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같은 솔직하지 못한 의도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본협약상 15만톤의 크루즈선 2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규모이다. 항만설계기준에 따르면 선회장 직경이 520m로, 8만톤급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한 제주외항의 510m와 별 차이가 없다.

                                                               3.
국가든 공공단체든 예민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도마에 오른다. 겉으론 친주민성향인 것처럼 하고, 실속은 그렇지 않는다면 주민의 협력을 얻어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제도 늦지 않았다. 설사 법원의 결정에 따라 사업을 강행한다 하더라도 국가는 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 그동안 진실을 모두 털어놓고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민심을 얻는다. 민심을 얻지 못하는 권력은 민주적이지 않다.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더라도, 역시 기지의 한편에는 강정마을 사람들이 살게 된다. 주민과 기지가 협력하며 살아가는 게 기지를 이용하는 군의 입장에서도 불편함이 덜 할 것이다.

                                                             4.
오늘은 추석이다. 한여름 땀흘린 대가를 거두어 들이는 시기를 앞둬 풍년을 기원하며 즐겼던 시속이 고착돼 추석이 된 것 같다. 역사적으로 추석절에 즐겼던 놀이들이 많다.

우리고장에서도 보름날 달밤에 동서팀으로 나눠 줄다리기를 하다가 밧줄이 끊어지면 ‘희소’‘희소’ 하며 놀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우리 조상들은 추석절엔 한 마을 사람들이 어우러져 즐겼다.

그런데 추석절이 돼도 강정마을은 수년째 ‘찬성’과 ‘반대’로 나눠 어울리긴 고사하고 서로 등져 있다.

강정마을에는 실로 복잡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을 것이다. 거기엔 일가친척도 있고, 사돈지간도 있을 것이고, 부자지간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며 절대로 등져서 살수 없는 관계에 있는 자들끼리 반목한다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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