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회 영주신춘문예 당선자(일반부 시부문) 정금희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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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회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 일반부 시부문 당선자 정금희씨
지난해 말 ‘제4회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 전국공모를 통해 본사로 접수된 작품은 무려 718편에 이르렀고, 이중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일반부 시부문’은 총 352편으로 꾀나 방대한 분량이었다.

일반부 시부문을 심사했던 심사위원단(변종태, 유종인)은 예심 없이 본심에 올린다는 마음으로 며칠간 작품을 일별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러는 동안 옥석의 차이는 서서히 가려지기 시작했다.

이로써 최종적으로 압축된 작품은 이혜숙씨의 ‘비숍하임의 귀머거리’, 정현주씨의 ‘나무를 키우는 나무’, 문혜영씨의 ‘유채꽃’, 정금희씨의 ‘등대’였다.

이 가운데 이혜숙씨의 ‘비숍하임의 귀머거리’는 나름의 시적 분위기를 일궈내는 세련된 눈썰미가 있었지만 시의 정체(晶體)로 드러나는 어떤 결기가 부족해 심사위원단으로 하여금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현주씨의 ‘나무를 키우는 나무’도 사물을 진부하지 않은 시각으로 켜나가려는 의도가 충만했으나 그러한 의도를 뒷받침할 만한 시적 구체성과 개연성이 부족했다.

또한 문혜영씨의 ‘유채꽃’은 삶의 진솔한 단면을 따뜻한 정감 속에 풀어내는 무리 없는 전개가 심사위원단의 호감을 샀으나 응모된 시편 간의 수준이 고르지 못한 것이 당선의 문 앞에서 서성이게 된 사유로 잉여 됐다.

이로써 최종적으로 남게 된 작품은 정금희씨의 ‘등대’였다.

정금희씨의 ‘등대’는 유독 심사위원단의 지문을 간지렵혔는데 이는 응모된 시편들의 수준이 고른데다가 사물이나 상황을 나름의 이미지로 축조하거나 그 뉘앙스를 감각적으로 켜낼 줄 안다는 것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제4회 영주신춘문예’ 일반부 시부문에 당선된 정금희씨(서울 종로구 내자동)를 만나 시를 쓰기까지의 정향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지난 2월 26일 개최된 '제4회 영주신춘문예' 시상식날 고달익 뉴스제주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장을 수여 받고 있는 정금희씨

이번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있으시다면?    

3년 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전문가반에서 이성이 시인의 ‘어떤 사랑에 대하여’란 시를 김영남 선생님과 함께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시 참 좋다” “어떤 신문에 당선된 시이지?” 하고 유심히 살펴보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뉴스제주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번 신춘문예로 까지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수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기분은 어떠했나?

처음엔 이게 뭔 소리인가 하고 멍멍 했다.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는 12월10일 마감이어서 전날 직장 가까운 우체국으로 갔더니 내일까지 도착하려면 광화문우체국에다 접수해야 다음날 들어간다고 해서 택시타고 급히 가게 되었다. 그리고 3일 후인 12일날 주일 예배 끝날 무렵 전화 메시지에 ‘신춘문예 전화요’ 하고 7자가 떴다.

신춘문예는 발표는 대부분 20일에서 22일경이라고 들었는데 이게 뭐지? 하고 문자가 온 번호로 물었더니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라고 하더라. 혹시 다른 신문에 동일 작품을 투고한 게 없느냐고 물어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감사합니다“ 외에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맨 먼저 내 시가 어느 수준인지 궁금했고 20년 전에 공부하다 중단하고 8년 전에 다시 만났을 때 왜 시 쓰지 않느냐고 호통 치시던 고 정기석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작고로 충격을 받고 시를 다시 공부한지 3년 만에 신춘문예에 당선한 것이니 왜 선생님이 맨 먼저 떠오르지 않겠나?

선생님이 그간 저 먼 곳에서 나를 이렇게 지도하고 계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감격할 뿐이었다. 선생님의 숙제를 다 한 기분, 선생님 곁으로 마냥 날아가고 싶은 기분……뭐 그런 기분이 아니었나 싶다.

시상식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면?

 
대선배님들 앞에서 새내기인 제가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냥 열심히 기대에 부응하게 시를 잘 쓰겠다는 말 밖에는 없다. 있었다면 100세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에 부응하는 시로 시인들과 함께 우정을 깊게 나누고 싶다는 소망이었을 것이다.

향후 등단한 문인으로서 계획이나 활동이 있으신지요?

배움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 카페 ‘정동진역’에서 당분간 선후배들과 글밭을 더 열심히 닦아 훌륭한 수확을 거둘 수 있도록 바탕을 다진 다음에 문학활동을 열성적으로 한번 해볼 생각이다. 당분간 제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제주도를 사랑하면서 좋은 글로 제주문인들과도 가까이 교류하며 지내고 싶다.

이번 수상 작품에 대한 작가로서 작품을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신다면? 

이 시는 바다와 등대와 산이 있는 그림을 보고 상상력으로 쓴 것이다. 등대라는 소재가 시각·청각·미각·후각 등 공감각을 활용했을 때 어떻게 비유될 수 있고 증폭될 수 있는지 온갖 상상을 한번 나열해본 것이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등대를 미각으로 더듬으면 바다의 결을 잘 익힌 맛으로 보았고, 하얀 포말은 나의 하얀 말을 떠올렸고 그 말이 또 동터오는 동쪽 하늘을 잡아 당긴 것으로 보았고,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그 물의 보푸라기가 주전자에서 끓고 있는 물을 떠올렸고, 그 물은 또 폭포를 연상시켰고, 그 폭포는 소나무가 우거진 소나무 숲을 떠올렸고, 이는 또 고향과 고향 새벽의 닭울음 소리를 떠올렸고, 이 모든 느낌과 맛이 다시 등대의 이미지와 결합된 뾰족뾰족한 시각으로 전환되는 내용이다.

스스로 자신의 시에 대한 평을 한다면?  

제 시에 대해서는 아직 부끄러울 뿐이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열심히 갈고닦아 깊은 시각으로 모든 대상과 말 걸기를 2차원 3차원 4차원 아니 다차원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5회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미래 문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뭐든지 그렇지만 좋은 결과는 정성을 다 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리저리 떠돌며 공부하지 말고 집요한 마음으로 배우며 읽고 쓰면 좋은 결과는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더불어 ‘평생 공부하며 쓰는 것이 시(詩)이다’라고 생각하는 차분한 마음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 당선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는 정금희씨 가족

다음은 '제4회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 일반부 시부분에 당선된 정금희씨의 작품 '등대'

 

# 등대

 

그것은 선명한 결을 잘 익힌 맛이다

나의 하얀 말도 새벽 바다 동쪽 하늘을 잡아당긴다

잡아당겨도 그대로 서 있는 것은 뿌리가 있기 때문

어린 바다 뿌리를 이리저리 파 본다

바위 속에서 물의 보푸라기를 잡는다

그 보푸라기를 비벼 차를 끓이면

주전자 속에 끓어오르는 물의 시간

폭포소리가 보인다

소나무 송진향이 보인다

잠이 정수리를 타고 내려온다

고향의 뿌리를 천천히 잡아당긴다

새벽 닭 울음

먼 빛의 진동소리가 보인다

그 맛이 뾰족뾰족하다

 


<박길홍 기자/저작권자(c)뉴스제주/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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