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회 영주신춘문예 당선자(일반부 시조부문) 임태진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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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회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에서 일반부 시조부문에 당선된 '임태진'씨와 가족들

“당선 소식을 접하고 나서 한 동안 정신이 멍했다. 찰나에 시와 함께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본사가 주최한 ‘제4회 영주신춘문예’ 일반부 시조부문에 당선된 임태진씨가 처음 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했던 말이다.

임씨는 고교시절 윤동주, 한용운의 시를 유독 좋아했으며, 이후 90년도에 방송통신대학 국문과에 입학해 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시와 인연을 맺어 갔다.

그 후 6년 동안 열정적으로 글을 써온 임씨는 시대 변화와 생활고 때문에 한동안 시 가슴을 닫았고, 그렇게 10여년이 흐른 지난 2008년 정드리문학회에 가입해 다시 시 가슴을 열고 지금까지 글을 써오고 있다.

수상 당시 임씨는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말로가 했던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는 말을 인용하며 “어쩌면 저도 오랫동안 오늘을 꿈꾸어 왔기에 이러한 영광이 찾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 했다.

‘제4회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는 전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작품을 보내왔고, 심사위원단은 196편(일반부 시조부문)에 이르는 응모작을 윤독해 갔다.

우리의 민족문학인 시조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들이 그 어느 때 보다 대거 선보였던 이번 응모작에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다섯 작품으로 임태진의 ‘제비집’, 이창선의 ‘섶섬’, 오창래의 ‘우도 생각’, 문제완의 ‘石衣, 바위가 옷을 입다’, 백점례의 ‘물의 길은 희다’였다.

‘우도 생각’은 우도를 어머니와 아버지의 절규로 중첩시키면서 시적 발상을 전환했으나, 언어를 함축시키지 않은 점이 심사위원단으로 하여금 아쉬움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石衣, 바위가 옷을 입다’는 4수로 이끌면서 시적 전개는 무리가 없었으나 부분 부분을 설명으로 처리해 전달의 힘이 약했다는 평을 받았고, ‘물의 길은 희다’는 시조를 다루는 부드러움의 힘은 앞섰으나 주제를 살리지 못해 난해한 면이 있었다고 심사위원단은 평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압축된 작품은 임태진씨의 ‘제비집’과 이창선씨의 ‘섶섬’이었다.

이창선씨의 ‘섶섬’은 나뭇잎 섬으로 귀결하면서 그 풍경을 서귀포와 연결, 전개한 사유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최종 심사에서 임태진씨의 ‘제비집’이 춥고 가난한 우리 생의 아름다운 풍경과 서정의 밀도가 더 높이 평가되면서 당선의 영광은 임태진씨에게로 돌아갔다.

이번 인터뷰는 ‘제4회 영주신춘문예’ 일반부 시조부문에 당선된 구좌 119센터에 근무하는 임태진씨를 만나 시를 쓰기까지의 정향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지난 2월 26일 시상식 당일 고달익 뉴스제주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장을 수여 받고 있는 일반부 시조부문 당선자 임태진씨

‘영주신춘문예‘에 지원하게 된 동기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저는 고등학생이던 지난 80년대 초부터 막연히 나도 언젠가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3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몇몇 뜻 맞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문학회 활동도 하면서 어설픈 시를 쓰다가 갑자기 글이 쓰기 싫어 절필 한 적이 있다.

그후 10년이 지난 2008년, 직장 동료의 권유로 정드리문학회에 가입하였고 거기서 등단한 동료회원들에게 시조를 배우며 시조의 참맛을 느끼면서 아, 나도 시조를 써야겠구나 하고 결심한 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던 중 주변의 권유로 응모하게 되었다.

뉴스제주사가 마련한 영주신춘문예는 제주도라는 좁은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응모범위를 전국으로 넓혔고 1, 2회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작품이 좋았고 이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또한 부문별 심사위원들도 전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시인들이여서 미흡하지만 저의 능력을 한번 검증받고 싶었고, 더불어 제 고향이 제주이고 이 지역에서 문학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무감 같은 것도 조금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상대상자로 선정 시 기분은 어떠했나?

그 기분은 뭐라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뻤다. 그 순간은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서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 제가 공직생활을 하면서 동료들 보다 다소 뒤처진 감이 있어 항상 마음속에서는 어떤 피해의식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완전히 피해의식을 극복한 것 같고 또한 자신감도 많이 생긴 것 같다.

물론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저에게 이번 수상은 공식적인 문단 등단인데 내가 과연 전국 시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들처럼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 하는 막연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것은 제가 앞으로 열심히 하면 다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수상은 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어 임씨는 시상식 당일 못내 피력하지 못한 이야기도 꺼내 들었다.

그날 고마운 분들께 한마디씩 했습니다만 다시 한번 저를 시조의 길로 인도해 주신 오승철 선생님과 정드리문학회 회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설익은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 이승은, 박현덕 선생님께도 머리 숙여 고마운 말씀 드리며 저를 뽑아주신데 대한 보답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춘문예의 장을 마련하여 갈수록 각박해지고 건조해지는 우리사회를 조금이나마 정화시키고 따스한 정으로 감싸 안으려고 노력하시는 뉴스제주사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드린다.

 

향후 문인으로서 활동계획이 있으신지?

이번 수상이 저에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므로 앞으로 제주 출신 문인으로서 제주도의 아픔과 도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현실참여 작품을 많이 쓰려고 한다. 물론 그런 작품이 문인들 사이에서 좋게 평가 되기는 하지만 각종 문학상에서 수상작으로는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의무감으로 제주도와 관련된 작품으로 우리도의 현실과 독특한 문화, 언어 등에 대해서 홍보하고 싶다. 물론 자연과 사랑 등 시의 원초적인 소재를 주제로 한 작품도 많이 쓰고 싶다.

또한 전국 단위 문학회에도 적극 가입하여 제주 출신 시인으로서도 기회가 된다면 부족하나마 세계에서 하나 뿐 이고 우리의 전통 문학인 시조의 우수성을 알리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널리 전파하는 조그만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이번 수상 작품에 대한 작가로서 작품을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신다면?

이 작품은 제비집을 통해서 이 시대에 자기 집 한 채, 방 한 칸 없이 전세나 사글세로 남의 집을 전전하는 집 없는 서민들이 애환과 10년 혹은 20년 이상 걸려 겨우 단칸방 하나라도 구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아무리 작아도 자기 집을 마련했다는 것은 우리 생에 아름다운 이력이 될 수 있으므로 단칸방일지라도 얼마든지 행복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우리 삶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크고 넓은 집에 살았다거나 단칸방에서 살았다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았는가 하는 것이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수성가하여 출세한 사람들과 젊은 시절 부모덕에 잘나가던 사람이 말년에 초라한 삶을 살아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인가 하는 것은 시인의 주관적 관점으로 지금 당장 어렵지만 하루 하루 주어진 여건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며 사는 일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스스로 자신의 시조에 대한 평을 한다면?

시(시조)라는 것은 현실과 삶의 체득 과정을 형상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의 시는 아직도 직설적 표현이 많고 형상화가 덜 된 부분이 없잖아 있다. 앞으로 이에 대한 학습과 습작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제5회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미래 문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영주신춘문예는 이제 회를 거듭할수록 전국 문단의 평가도 높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응모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영주신춘문예 응모를 준비하시는 예비 문인들은 보다 많은 시간을 작품을 쓰는데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도 그랬지만 독서모임이나 문학회에 가입하여 정기적으로 합평회 등을 통해 자신의 글을 회원들에게 평가를 받아 어색하거나 미흡한 부분을 꾸준히 보완하는 탈고의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최근의 언론사별 신춘문예 당선작들의 주제나 소재를 보면 대부분 정치풍자나 현실비판 등 사회참여적인 내용이 배제되는 추세이므로 지난 몇 년간 언론사별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주의 깊게 읽어보고 경향을 파악해 연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간한다.

또한 여러 언론사에 같은 작품을 중복 응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설령 당선이 되더라도 추후에 당선이 취소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중복 응모는 하지 말기를 당부 드리고 싶다. 끊임없는 노력 앞에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그리고 간절하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진다. “도전하십시오”

다음은 '제4회 뉴스제주 영주신춘문예' 일반부 시조부분에 당선된 임태진씨의 작품 '제비집'

 

# 제비집

푸른 오월 하늘에 제비 한 쌍 날아와서
한 올 한 올 물어온 흙더미와 지푸라기
이 세상 가장 튼튼한 집 한 채를 지었다

사글세로 떠돈 세월 돌아보니 아득한데
앞만 보고 달려온 날들의 보상인 듯
한 생애 빛나는 훈장 처마에 걸리었다

집이래야 단칸방 남루한 살림살이
굳이 인가에 와 터를 잡는 이유는
질기디 질긴 인연을 내려놓지 못함이다

결국 산다는 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강남으로 돌아갈 날 죽지로 헤아리며
해마다 삶의 이력에 둥지를 틀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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