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주 '제4회 2011영주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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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금희 씨(일반부 시부문 당선자)

# 등대

 

그것은 선명한 결을 잘 익힌 맛이다

나의 하얀 말도 새벽 바다 동쪽 하늘을 잡아당긴다

잡아당겨도 그대로 서 있는 것은 뿌리가 있기 때문

어린 바다 뿌리를 이리저리 파 본다

바위 속에서 물의 보푸라기를 잡는다

그 보푸라기를 비벼 차를 끓이면

주전자 속에 끓어오르는 물의 시간

폭포소리가 보인다

소나무 송진향이 보인다

잠이 정수리를 타고 내려온다

고향의 뿌리를 천천히 잡아당긴다

새벽 닭 울음

먼 빛의 진동소리가 보인다

그 맛이 뾰족뾰족하다

 

[당선소감]

"밤마다 사색하고 성찰하고 대화하는 계기로 삼아"

예배 후 밖에서 당선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쳐진 벚나무들이 일제히 불 켜고 내게로 다가왔다.기쁜 순간이 내게도 이렇게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는구나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늘 낮은 데로 오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섬진강 줄기의 내 다락방 창에선 은어가 파닥거린다. 빛살에 놀던 내 어린 시어들도 보인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그 시어들이 하늘에다 화살을 쏘고, 반야봉 소나무 바람 속에다 옹알이를 풀어놓고 있다. 이제 얼마나 영혼을 갈아야 움틀지 모를 씨앗 하나도 깊은 곳에다 묻어두기로 한다. 밤마다 그 씨앗 곁에서 사색하고 성찰하고 대화하리라.

재미있는 상상력과 독특한 메타포 구사법을 일깨워주신 김영남 선생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구례문학 고 정기석 선생님, 정동진역 회원님들, 직장 선후배들, 경희언니, 그리고 저를 아는 모든 분께 장미 다발을 바칩니다.

기도 제목인 철없는 딸이 어머니께, 희미한 별로 웃으시는 아버지께, 시인임을 자랑하는 혜인 윤호 언니와 사랑하는 동생들에게 이 기쁨을 전하며 함께하고 싶습니다.

제 글을 예쁘게 보아주신 오승철 선생님을 비롯한 심사위원 선생님들, 뉴스제주 영주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깊이 뿌리 내리라는 당부를 자양분으로 튼튼하고 훤칠한 나무로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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