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주 '제4회 영주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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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혜경 제주중앙여고(학생부 시부문 당선자)

# D-day

 

열 뚜우ㅡ시!
요 귀여운 꼬마아가씨가
여태 잠을 안자고 내게 시간을 알린다.
휴대폰 폴더를 열었다.
화면구석에 메모 하나가
얄밉게도 내게 오늘의 일정을 알린다.

거울을 들여다본다.
눈 아래 검은 그림자가 내 얼굴을 집어 삼킨다.
잔잔한 여드름이 뚫고 올라와 자리한다.

책상을 살펴본다.
구김 없이 빳빳한 문제집이 나를 얄밉게 쏘아본다.
다 듣지 못한 동영상 강의가 자장가를 불러준다.

내일을 위해, 아니 오늘을 위해
이제 그만 따뜻하게 데워진 전기장판으로 달려가
그간 매고 다니던 피곤을 내려놓고 싶다.

한ㅡ시!
잠 좀 자라, 꼬마아가씨야!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화면구석에 메모 하나가
얄밉게도 내게 오늘의 일정을 알린다.

오늘의 일정 : 중간고사 D-day.

 

[당선소감]

“걱정하지 마. 엄마는 네가 무얼 하든지 다 믿고 뒷바라지 해줄 테니…….”
뜻밖의 당선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였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무얼 하든지 다 믿고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신다고 어릴 적부터 제 귓가에 수도 없이 말하셨습니다. 주말이 되어 아침 새벽부터 제주 올레를 나선 엄마께 전화를 걸어 제일 먼저 당선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날, 수화기 너머로 금방이라도 제 곁으로 달려와 안아주실 것처럼 축하한다고 당선의 기쁨을 가장 먼저 나눴습니다.

먼저 저의 시를 당선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과 기회를 주신 영주일보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도 가슴이 벅찹니다. 어릴 적부터 일기장에 썼던 시(詩)를 비롯해서 이후 학생으로서 똑같은 연필을 들고 숱한 문제집들보다도 빈 종이를 펼쳐 무엇인가 적어내는 순간, 가장 벅차고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를 시작으로 제 주위에 있는 모든 추억들, 그 속에서 저와 함께 지낸 사람들, 모두 다 그간 글을 쓰는데 소재가 되었는데 고맙다고 전하고 싶네요. 뭉툭하게 닳아버린 연필심으로도 끝까지 종이 위에 무언가를 적으며 감히 타인의 마음을 제 여린 감수성으로 채우려는 욕심,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꿈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제 앞에 놓인 길에 뿌옇게 낀 안개를 걷혀주셨던 변종태 선생님과 제가 쓴 글을 읽으시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던 조경원 담임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네요.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 2학년 1반을 비롯해 저를 아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나의 별, 신은일 여사님 다시 한 번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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