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주 '제4회 영주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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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훈 목포 문태고등학교(학생부 시조부문 당선자)

# 샤프연필

딱딱한 샤프연필엔 향긋한 냄새가 없다.

영혼의 나뭇결을 쓰윽 쓱, 깎아내는
맑고도 경건한 시간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눈 감으면 향긋하던 나무가 사라졌다.
대패 밑에 쌓여가던 톱밥들도 떠나갔다.
단단한 생각만 남아 콘크리트 세웠다.

무의식의 땅 속에 뿌리를 내리거나
꽃 피었다 시들어가는 나무를 볼 수 없다.
누르면 나오는 심들이 영혼마저 깎아냈다.

오늘도 사람들은 샤프를 손에 쥐고
예, 또는 아니오, 두 가지만 떠오르는
단답형 문제지들을 고개 숙여 풀고 있다.

 

 

[당선소감]

수능이 끝난 후부터 학교수업을 마친 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거창하게 사회체험을 미리 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능이라는 큰 시험이 내 마음 속에서 빠져나간 뒤의 허탈감, 그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더 적절한 말일 겁니다. 그래서 수능시험에 몰두하기 전에 써왔던 작품들을 투고하고 나서도 응모했다는 것조차 잊고 전날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탓에 늦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당선되었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 후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상을 많이 받았지만, 또 그만큼 제 자신의 글에 대해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힘겨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격려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영주신춘문예에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며칠 동안만이라도 오랜만에 저에게 찾아온 이 기쁨에 빠져 있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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