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헛점...1000억대 감정가 골프장 57억에 낙찰

▲ '제피로스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제주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피로스씨씨 파산과 관련, 800억대 입회금반환소송을 피하기 위한 '고의 파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간제주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제피로스 골프장(이하 ‘(주)제피로스씨씨’) 파산과 관련, 경영자측이 약 800억대 입회금반환소송을 피하기 위한 ‘고의 파산’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제피로스씨씨의 지배주주였던 정모씨는 공매의 헛점을 노렸다.

제피로스씨씨가 영업양도나 M&A가 될 경우 회원들에 대한 입회금반환채권을 인수인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공매를 통한 체육시설 중 필수시설의 인수의 경우에는 회원들과 인수자 사이에 확정되지 않은 분쟁이 성립된다. 만일 대법원에서 공매를 통한 필수시설의 인수의 경우에는 전 사업자와 회원과의 권리의무관계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공매를 통해 자신이 제피로스씨씨의 체육시설 중 필수시설을 인수하더라도 인수자가 회원들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결국 필수시설에 대한 공매절차를 거쳐 정씨는 자신의 지인들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공매가 1000억 원대에 가까운 골프장 주요부동산(골프장 부지+클럽하우스 등 일체시설물)을 57억8300만원에 낙찰 받았다.

제피로스 골프클럽 회원 191명으로 구성된 '제피로스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제주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피로스씨씨 지배주주였던 정모씨가 골프장 회원권 승계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지인들이 설립한 기업사냥꾼을 통해 공매 절차와 파산을 주도, 자신들이 또 다시 헐값에 매입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고 이같이 밝혔다.

대책위는 “제피로스씨씨 골프 회원권의 약정기간은 5년. 2010년부터 회원권 기간이 만료된 회원들이 반환을 요구하며 골프장측에서는 회원권을 사들여야 한다. 당시 소송이 제기돼 법원 판결에서도 화해권고결정, 조정결정이 내렸졌으나, 아직도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회원권을 승계하라”며 “하지만 지배주주인 정씨는 이런 상황에 빠지자 2013년 1월말 (주)로드랜드더블유(이하 ‘로드랜드더블유’)를 설립, 제피로스씨씨와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한 후 로드랜드더블유의 신용카드단말기로 내방객의 이용료 결제를 처리하는 꼼수로 강제집행을 면탈해 나갔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이듬해 10월 21일 제주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이 나오자 제피로스씨씨의 관리인으로 급조 선임된 대주주 정씨의 아들을 내세워 실질적으로는 회생의 의지가 없었음에도 고의적으로 회원권 폐지에 이르게 하고, 대외적으로는 회생을 시도했다는 외관만 갖추면서 회원권 승계 만료된 회원들이 입회금반환소송을 제기한 이때부터 고의 파산을 위한 준비가 진행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일간제주

하나자산신탁 공매절차 ‘비정상적’...“왜?”

대책위는 하나자산신탁의 비정상적인 공매절차에 의문을 던졌다.

제피로스씨씨는 2015년 3월 법원에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자 채권자인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8월부터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감정가는 993억7500만원에 달했다. 그리고 당시 제피로스씨씨가 하나은행을 통해 차입된 차입금 총액은 129억원이었다.

일사천리로 두달여에 걸쳐 21차례 공매가 진행됐다. 800억원대의 회원권 반환채권 인수로 인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공매 예정가는 100억원대로 떨어졌다. 결국 필수시설에 대한 공매절차를 거쳐 (주)형삼문이 57억8300만원에 낙찰 받았다. 형상문은 제피로스 사내이사, 막후 실력자, 대표이사 3인의 이름 뒷 글자를 딴 명칭이라는 게 대책위측 추측이다.

이어 형상문은 낙찰 받은 후 제주도의 압류등기 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다시 (주)코람코자산신탁에 ‘2차 신탁등기’를 해 둔 상태다.

대책위는 “낙찰에는 정씨 등 가족과 지인들이 설립한 SPC, 즉 파렴치한 기업사냥꾼들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SPC는 △하나은행 대출금채권을 인수할 회사인 청화대부 △하나자산신탁에서 사건 골프장 부동산을 낙찰받을 회사인 형상문 △피고 형삼문이나 제피로스씨씨가 회원들로부터 추심을 당할 지 몰라서 그 추심행위를 무력하기 위한 목적으로 별도 설립한 피고 제피로스엠 △제피로스에 소를 제기하는 케이원대부의 관계회사 구도를 만들었다.

대책위는 “이로써 ‘제피로스씨씨–하나은행–하나자산신탁’의 신탁구조는 ‘형삼문–청화대부-코람코자산신탁’이라는 새로운 신탁구조로 변경됐다”며 “제피로스씨씨는 체육시설등록사업자라는 공적인 지위만 보유할 뿐 더 이상 체육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지위로 전락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때까지도 제피로스골프장의 회원들은 이러한 정씨 등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며 “정씨 등은 형삼문이 회원들에 대한 의무를 승계하지 않고 온전히 제피로스씨씨의 등록사업자 지위까지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다가 적법한 등록시설사업자(골프장 운영사업자)인 제피로스씨씨를 법인파산제도를 통해 없애버리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006년 9월 문을 연 제피로스씨씨는 케이원대부를 내세워 파산신청을 했고, 경영난 등의 이유로 지난달 7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대책위는 “형삼문과 로드랜드엠은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하여 금새 제피로스씨시의 등록사업자로서의 지위가 아님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파산 선고를 받은 이날부터 제피로스씨씨의 상호 사용이 불가하다”며 “제주도의 인허가절차도 없이 10월 1일부터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그린필드컨트리클럽’을 운영하겠다면서 기존 제피로스씨씨 회원들의 이용권한을 하루 아침에 박탈해 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비대위는 “형삼문은 물론 제피로스 골프클럽의 파산과 공매절차에 연관된 업체들이 모두 대주주였던 정씨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설립한 회사”라며 “결국 A씨는 회원들에 대한 의무는 버린 채 골프장에 대한 권리만 고스란히 차지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현재 로드랜드엠은 형상문과 함께 회원들의 정당을 이용을 위한 출입 자체를 막고 있고, 회원들의 지위나 입회금반환에 대한 인정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씨를 비롯한 제피로스 골프클럽 파산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서는 고소를 통해 법적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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