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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공원은 도시의 액세서리가 아니다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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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2  14: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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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공원은 도시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 ⓒ일간제주

뉴욕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공원인 센트럴파크는 연간 약 4000만 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 명소이다. 1800년대 중반에 맨해튼의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조성되었다. 우리에게 뉴욕에 대한 이미지는 화려한 빌딩 숲과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도 있지만, 센트럴파크라는 녹색의 공간도 한몫을 차지한다.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개인적인 공간으로서의 정원을 도시 공공의 공원, 공공복지를 위한 도시공원으로 개념을 확장한 인물이다.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센트럴파크를 조성하면서“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며 공공복지를 위한 공원의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했다. 이로써 센트럴파크는 본격적인 현대 도시공원의 시초가 되었다.

이처럼 도시공원은 도심 내에 액세서리 같은 장식품이 아니라 도시민들에게는 필수적인 공간이며 공공복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같이 도시에 인구의 90%가 모여 사는 곳에서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기도 한다. 환경문제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시대에서 도시공원은 그 자체로 도시의 산소호흡기와도 같다.

도시공원이 가지고 있는 도시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배출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도시 열섬 현상(도시가 주변 지역보다 뜨거워지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도시 숲은 오아시스와도 같다. 도시 숲의 나무들은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빗물을 머금어 도시의 홍수 피해를 막고 줄인다. 이처럼 도시공원의 존재가치가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도시공원 일몰제는 공원의 개발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 도시공원 일몰제로 개발의 위험에 처한 도시공원

개발독재 시절, 모든 국토개발이 그러했듯이 도시공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유지가 상당수 포함되었지만, 군사정권은 토지 강제수용을 통해 도시공원으로 지정했고 토지소유주들은 재산권을 강제로 제약받았다. 도시공원이라는 공공성을 명분으로 하더라도 불합리하고 부당한 처사였다. 이 때문에 1999년에 헌법재판소는 사유지에 공원, 학교,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엄연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0년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칙에서 20년간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는 도시공원을 2020년 7월 1일을 기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이다. 다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2019년 8월 20일 개정되면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인가 시 고시일로부터 5년간 실효가 유예된다.

어쨌든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도시공원의 개발 제어장치가 풀리게 된다. 군사정권 시절, 잘못 끼운 단추가 수십 년이 지난 이후 모든 단추를 풀어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정부의 잘못이 명백하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하지만 도시공원 일몰제가 발등의 불이 될 때까지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도시공원에 대한 철학이 없었던 탓이다. 정부는 그동안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포기하고 ‘일몰제 대상 공원의 조기 해제’와 공원에 아파트를 짓도록 허락하는 ‘민간공원특례제도’만을 추진해왔다.

2009년 국토부는 공원 일몰제 관련 대비책으로 민간공원특례제도를 만들고 5만㎡ 이상의 공원에 대해서 민간공원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토지 소유자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건설회사가 주축이 되어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부지의 30%를 아파트로 개발하고, 나머지 70%를 공원으로 조성하여 기부체납하는 방식이다.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토건 업자에게 전원 아파트라는 황금 입지를 주는 것이다.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에는 244곳의 도시공원이 있다. 이 가운데 장기간 공원 조성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곳은 한라수목원이 있는 남조봉공원을 비롯하여 오등봉, 사라봉, 중부, 동부, 용담, 명월, 동복공원, 삼매봉, 월라봉, 엉또, 강창학공원 등 39곳이다. 조만간에 도시공원 해제가 무더기로 시작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여기에 포함된 사유지는 446만㎡로서 66%나 해당한다. 즉, 사유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39곳의 도시공원은 정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제주도는 2025년까지 지방채 등을 투자하여 미집행 도시공원 36곳의 사유지를 매입하고, 나머지 동부공원(화북이동 일대), 오등봉공원(제주연구원~한라도서관~연북로 일대), 중부공원(국립제주박물관~연삼로 일대)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사유지 매입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대신에 이 3곳에 대해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생태계와 경관이 좋은 입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 분양가는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고 기업은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사실상의 개발 독점권과 특혜를 주는 셈이다.

특히 제주 시내의 오등봉공원 개발계획은 도시공원민간특례제도를 이용한 아파트 개발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계획의 주요 골자는 오등봉공원 내에 아파트 1630세대를 짓고 43만㎡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오등봉공원은 제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오드싱오름(오등봉)과 한천, 병문천이 포함된 곳으로서 자연생태계가 풍부하고 경관이 좋은 것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최근 조사결과 이곳은 아파트단지로 개발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상당히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 오등봉공원 : 오등봉과 한천이 흐르는 곳

제주시 아라동의 오등동은 옛 이름이 오드싱이다. 오등봉도 오드싱오름이라 부른다. 이 마을 변두리에는 오드싱벵듸라는 지명도 남아 있다. 오드싱오름 남녘 자락, 현재 온대화대응농업연구소가 들어서 있는 일대의 벌판을 말한다.

오등봉은 제주 시내에 있는 오름이고 높이가 낮은 오름이어서 예전에 학생들의 소풍과 시민들의 들놀이 장소로 자주 애용되던 곳이다. 굼부리(분화구)가 원형 화구인 것 같으나 알고 보면 북쪽으로 트인 말굽형 분화구를 갖고 있다. 북쪽으로 둑을 쌓아서 원형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 둑은 옛날에 화구 안에 빗물을 모아 두었다가 아래쪽 논밭에다 물을 댔었던 곳이다.

오등동은 조선 후기에 학당이 세워져 인근에서 모여든 서민 자제들이 글 읽는 소리가 낭랑했던 마을이라고 한다. 순조 34년(1834년) 목사 한응호가 오등동에 남학당을 설립해서 시민 교육에 힘썼던 곳이다. 지금도 남학당터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오등봉은 동쪽에 병문천, 서쪽에 한천을 끼고 있다. 한천은 이름 그대로 무수천과 더불어 산북 지역에서 가장 큰 하천으로서 옛 지도에도 대천(大川)이라 표기되어 있다. 한천을 거슬러 올라간 오등마을 남쪽에는 경승지로 유명한 방선문이 있다. 한천은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발원하여 제주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제주시민들은 한천에서 식수를 구하거나 멱을 감고 물놀이를 하는 등 밀접한 연관을 맺어왔다.

특히 오등봉공원 안에 있는 한천의 자연생태계와 경관은 제주 시내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훌륭한 편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안 한천 최상류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기암괴석과 물이 풍부한 소(沼)들이 곳곳에 있고 하천변에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이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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