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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횡단보도 화살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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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8  10: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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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도시과 서귀포다움 도시만들기 TF팀 장충성ⓒ일간제주

새해가 된지 어느덧 한 달여가 지났다. 연례행사를 하듯이 몇 가지 지켜지지 않는 새해계획들을 또 세웠다. 그중에 하나가 운동이다. 많은 운동 중 내가 선택한 방법은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 것이다. 덕분에 길어진 출퇴근 시간동안 이것저것 잘 보지 못 했던 거리의 모습들을 보게 되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횡단보도의 화살표 표시이다. 이 화살표는 각 건널목에서 보면 오른쪽에만 그려져 있는데 얼마 전에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 화살표는 횡단보도에서 우측통행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과거에 좌측통행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몇 가지 큰 역사적 변화들이 있다. 1905년 대한제국은 보행자의 통행방법을 우측통행으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21년 조선총독부에서 이를 일본 규정에 따라 좌측통행으로 변경시켰다. 해방 이후 차량 통행방향의 변경 등으로 보행자의 우측통행이 권고되었지만 좌측통행의 관습은 80여 년간 이어져왔다. 그러다 2010년 정부에서 보행자의 우측통행 원칙을 전면 시행하면서 시민들 간의 약속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보행방향을 우측통행으로 변경한 이유는 간단하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손에 물건을 들고 좌측통행을 하면 보행자들 간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오히려 보행자들에게 심리적 피로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길을 건널 때 보행자 사고 위험이 커진다. 횡단보도에서 좌측으로 걸어가게 되면 좌측 차량정지선과 바로 만나게 된다. 자칫 차량 운전자의 실수로 제동이 늦어지면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 보행자와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 우측통행을 하게 되면 차량과 조금이나마 안전거리를 확보하여 만약의 상황에서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길을 건너면 마주보고 건너오는 사람들끼리 부딪힐 일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애써 화살표까지 그려가며 우측통행을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건너는 그 횡단보도에서 애써 오른편으로 가서 길을 건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다들 파란불이 켜지자마자 제각기 걸어가면서 마주 오는 사람들을 피하기 바쁜 게 현실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라고 말했다. 다들 바쁜 삶 속에 있지만 부디 횡단보도를 걸을 때만이라도 “보행자는 우측통행”이라는 작지만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일상의 철학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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