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활동을 위해 준비한 기간이 2년 반이나 흘렀어요. 많은 분들이 보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라 생각할 수 있죠. 그러나 그간 저희는 하나하나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의) 선발주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K팝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감사해요. 많은 가수들이 힘을 합쳐 K팝을 사랑 받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선예)

1년6개월 만에 국내에 정규 2집을 내놓은 그룹 '원더걸스'는 미국 진출에 대해 긍·부정의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한국에서 히트한 '노바디'로 2009년 10월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 싱글차트에서 76위를 차지하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이후 현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1958~2009)의 프로듀서이자 세계 3대 프로듀서로 손꼽히는 테디 라일리(45)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망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원더걸스의 리더 선예(22)는 "미국에 가게 된 것이 급하게 내린 결정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진출을 위한) 2년 반이라는 시간을 결과물로만 판단하기에는 소중했던 부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노바디' 등이 그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어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기대가 있다면 그 기대를 이뤄질 때까지 마음이 준비가 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 유 레디'라는 질문을 저희 스스로에게 던졌죠."

선예는 "그간 놓쳤던 것을 배우고 회복하는 등 미국에서 보낸 시간은 개인적으로 귀중했다"며 "영어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긍정했다.

소녀시대의 세 번째 정규 앨범 수록곡이자 이달 중 미국에서 맥시 싱글로 발매되는 '더 보이스'의 작곡자이기도 한 라일리의 "원더걸스는 망한 그룹"이라는 발언에 대해 선예는 "그런 유명한 분이 우리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었다"고 전했다. 오히려 "(우리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일 중 하나일 수 있다"며 "국내에 컴백한 상황에서 우리가 거론된 것이 감사하다"는 마음이다.

미국 생활은 멤버들의 팀워크를 탄탄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서로를 위해 기도를 하는데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더 간절해지더라"며 "열정과 마음을 다해 함께 걸어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멤버들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어주고 기댈 수 있는 울타리가 됐어요. 원더걸스라는 이름으로 하나됨을 느꼈죠. 힘든 시간에 가장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미국에서 다양한 경험도 했다. 예은(22)은 "한국에서는 가볼 수 없는 클럽을 자주는 아니지만 가보기도 했다"며 "유럽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다"고 눈을 빛냈다.

미국의 보이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에 게스트로 동참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영국 출신 듀오 '유리스믹스'의 데이브 스튜어트(59)와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27)를 만나기도 했다. 예은은 "팬으로서만 바라보던 뮤지션과 프로듀서를 실제로 만나서 기뻤다"며 "우리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여겼다.

유빈(23) 역시 "많은 뮤지션과 작업하고 공연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고 인정했다. 특히 "한국 활동을 하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팬들의 소중함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응원 해주고 한국 활동을 오래 쉬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해줘 감사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원더걸스 멤버로 활약, 공부에 소홀했던 소희(19)는 "미국에 넘어가서 일뿐만 아니라 영어를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다"며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영어를 참 힘들게 배우고 있는데, 감사한다"는 마음이다. 또 "미국에서 한 건물 안에 지내면서 (한국 활동 당시) 부족했던 멤버들끼리의 시간을 서로 의지하며 보낼 수 있었다"며 웃었다.

현지에서 체감한 인기도가 궁금하다. 선예는 "이른바 '생얼'로 뉴욕의 도서관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흑인 여성이 알아봤다"며 "K팝에 관심이 많은 분이기는 했지만 무대 차림도 아닌데 나를 알아본 것이 참 신기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미국에서 그대로 벌어진 거잖아요. 그 분이 너무 흥분해서 사인을 받으니 제가 더 신기하더라고요. 조나스브라더스 투어를 끝내 뒤였는데 '(향후 활동에) 좋은 사인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까르르르."

유빈도 "아버지의 미국 사업 파트너 딸이 원더걸스의 팬이라고 했다"면서 "조나스브라더스 콘서트를 통해 우리를 알게 됐다고 하더라. 앨범에 사인을 해서 보내기도 했다"며 즐거워했다.

미국 첫 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내년 초 미국 청소년 TV채널 틴 닉의 TV영화 '원더걸스 앳 더 아폴로' 방송도 앞두고 있다. 선예는 "미국 활동은 한국 활동 시스템과 많이 다르더라"며 "현지에서 앨범이 발매된 뒤에야 활동 계획이 잡힐 것 같다"고 알렸다.

미국 진출을 시도 중이던 지난해 초 자퇴한 선미(19) 대신 팀에 합류한 혜림은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은 없다가 원더걸스에 합류하면서 현지에 가게 됐는데 미국에 갈 때마다 그 꿈이 더 커진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선예는 "미국 활동의 최종 목적지나 목표는 이런 것이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심정이다. "자신감이나 열정이 없다기보다는 (우리들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이 시작이고 오늘이 끝인 지금까지의 준비 과정이었다는 것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것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2007년 국내 데뷔 당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를 못했던 만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즐겁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호호호."

한편, 원더걸스 정규 2집 '원더 월드'는 7일 발표됐다. 타이틀곡은 '비 마이 베이비'(작곡 박진영)다. 빠른 템포와 비트가 특징이다. '원더걸스 앳 더 아폴로' OST 삽입곡이기도 하다. 11일 KBS 2TV '뮤직뱅크'에서 '비 마이 베이비' 첫 무대를 선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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