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건 변호사 "권력 비판이 왜 죄인가” 정면 반박

- 제주도·오영훈 지사, ‘12.3 계엄 사태 관련 발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 고부건 변호사, 제주도정의 ‘명예훼손 고발’ 피고발인 조사 출석 - 고 변호사 “대법원도 국가·지자체는 명예훼손 피해자 될 수 없다고 판시… 정치적 탄압”

2025-11-20     양지훈 기자
▲ ⓒ일간제주

고부건 변호사가 제주도정과 오영훈 지사를 겨냥해 “도정 책임 회피하려는 권력의 오만”이라고 저격하면서 “도민의 입 막는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며 비판의 칼을 높이 들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오영훈 제주도지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고부건 변호사가 오늘(20일) 피고발인 조사를 위해 제주서부경찰서에 출석했다.

이날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고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 앞서 서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고발 조치가 “권력을 비판하는 도민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대표적 정치적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고 변호사 “도정이 공식 발표한 사실인데, 이제 와 불편하다고 고발하나”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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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한 말은 제주도정이 스스로 발표한 사실들일 뿐이며, 어떤 허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12.3 계엄 사태 당시 도정이 ‘출입 통제’ ‘폐쇄’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 그 표현이 부담되자 저를 고발하는 것은 잘못을 고칠 의지는 없고 책임만 피하려는 전형적 권력의 행태”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실책과 무책임을 지적하는 것이 왜 죄가 되느냐”며 “고발의 목적은 도민의 정당한 질문을 막고 권력 비판을 차단하려는 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고 변호사는 제주도정의 고발 근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국가·지자체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판시했다”며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권력을 지키기 위해 법을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는 대표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당한 문제를 제기했을 뿐인데, 이를 범죄로 둔갑시켰다”며 “이게 바로 권력의 폭주”라고 지적했다.

이날 고 변호사는 작심하듯 계엄 사태 당시 도지사가 현장에 없었던 점을 다시 언급하며 “재난 상황에서 지휘자가 부재한 것은 도민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 실패”라고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 때 가장 큰 비극 중 하나가 컨트롤타워의 부재였다”며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뿐인데도 도정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것은, 또다시 국민을 위험 속에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오늘 경찰 조사에서 이 모든 사실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고 변호사는 “권력이 도민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심판받아야 할 대상은 바로 권력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압박에도 결단코 물러서지 않겠다”며 “도민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그 오만함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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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고부건 변호사 사무실)ⓒ일간제주

한편, 이날 피고발인 조사는 제주서부경찰서에서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향후 경찰은 고발 내용과 고 변호사의 소명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제주도와 오영훈 지사는 앞서 고부건 변호사가 12.3 계엄 사태 대응 과정에서 제주도정의 부실·무책임을 지적한 발언들이 사실과 다르고 도정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특히 고 변호사가 “계엄 사태 당시 오영훈 지사가 3시간 넘게 도청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과, 제주도정이 발표 문구에서 ‘출입 통제’ ‘폐쇄’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을 근거로 “도정의 대응 부재”를 주장한 부분이 고발의 직접적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고부건 변화사 입장문

도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저는 오늘 권력의 폭주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현실을 직접 마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제가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제기한 정당한 문제 제기를 ‘명예훼손’이라는 이름으로 뒤집어씌우며, 비판을 범죄 취급하는 시대를 다시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권력의 실책과 무책임을 지적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죄가 있다면, 그것은 도민을 속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들의 행동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수차례, 국가와 지자체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이 저를 고발한 것은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도민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해 법을 정치적 도구로 악용한 것입니다.

12·3 계엄 사태 당시, 도지사는 청사에 3시간 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청은 스스로 ‘출입 통제·폐쇄’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제주도정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그 표현이 부담되자 저를 고발하는 모습은 잘못을 고칠 의지는 없고, 책임만 피하려는 권력의 민낯을 보여줄 뿐입니다.

도민의 눈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가장 큰 오만입니다.
도민의 입을 막으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입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어떤 비극을 낳는지 직접 목격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제게 위기 상황에서 책임자가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 뼛속 깊이 깨닫게 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위기의 자리에서는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으며 지도자는 끝까지 책임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내란이 있었던 그날 밤 제주도에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도민을 지휘하고 보호해야 할 도지사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는 것은, 제게는 도민을 다시 한 번 위험 속에 방치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 조사에서 모든 사실을 명확히 밝힐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도민이 묻는 질문에 책임 있게 답하지 않는 권력, 도민의 비판을 고발로 막으려는 권력, 그런 권력이야말로 진짜 심판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저는 도민과 함께 진실을 지킬 것이고, 제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끝까지 맞서겠습니다.” 그것이, 법률가로서 제가 지켜야 할 마지막 양심입니다.

2025년 11월 20일
고부건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