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쉼과 회복, 다시 걷는 출발점...제주 아동일시보호시설 ‘해담은집’을 들여다보다.

해담은 집 사회복지실습생 김희정

2025-11-03     일간제주
▲ ⓒ일간제주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은 따뜻했습니다. 시설의 구조나 설비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과 선생님들의 낮은 목소리,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돌봄’이라는 이름의 진심이 그랬습니다.

정년퇴임을 두 달 앞두고 찾은 해담은 집은 단순한 실습기관이 아니라, 제게는 ‘회복의 장소’였고 ‘배움의 터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글은, 그 안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드리는 마음의 기록입니다.

아이들이 가르쳐 준 ‘돌봄’의 본질

짧다면 짧은 실습 기간이었지만, 아침 등굣길을 함께하고, 병원 진료를 동행하고, 옷을 고르고 음식을 나누는 작은 일상 속에서 저는 오히려 ‘돌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배웠습니다.

해담은 집의 아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존엄한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느리게, 누군가는 조용히, 그러나 누구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곁을 지키는 선생님들의 뒷모습은 말없이 그들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일상’

해담은 집의 선생님들은 매일 수많은 역할을 해내고 계셨습니다. 보호자이자 교사, 상담자이자 조율자, 때론 형제처럼, 때론 엄마처럼 아이 곁을 지키는 그분들의 모습은 ‘사회복지’라는 말보다 훨씬 더 크고 깊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피드백 회의를 통해 각 아동의 생활 리듬, 정서 반응, 학습 진도, 용돈 기입장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며 맞춤형 사례관리로 이어가는 모습은, 복지의 ‘전문성’과 ‘진심’이 함께할 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배움 이상의 감동을 느꼈습니다.

사회복지는 결국 ‘사람’

공직에서의 오랜 경험을 지나 현장의 복지를 마주하면서, 저는 다시금 ‘사람이 사람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실무자 선생님들의 피로가 누적되는 순간에도, 아이들의 변화와 웃음 하나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 그 진심은 결코 수치나 보고서로는 기록되지 않을 ‘가장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때때로 지치는 순간도 있으시겠지만, 선생님들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삶의 방향’이 되어 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복지의 힘’이라 믿습니다.

해담은 집이 제주에 있다는 것의 의미

제주라는 지역은 그 자체로 치유와 회복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해담은 집 역시 그 이름처럼 ‘햇살을 품은 집’이라는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단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머무르게 하는 장소가 아닌, 아이들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스스로의 미래를 꿈꾸게 하는 ‘출발점’의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감히 드릴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당신들의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격려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이제 제가 물러나는 자리에 또 다른 이가 서겠지만, 해담은 집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제는 제 자리로 돌아가지만, 저 또한 이곳에서 배운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세상은 여전히 따뜻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