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을 품은 시간, 모두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제주지회 인구사업과장 오상욱

2025-10-04     일간제주

매년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입니다. ‘10개월간의 임신 기간’을 의미하는 숫자 10과,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인식 개선을 위해 2005년 제정된 이 날은, 임신과 출산의 의미를 되새기고 임산부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되새기는 뜻깊은 날입니다.

누군가의 생애는 태아라는 이름으로 세상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시작됩니다. 그 시간 동안 임산부는 단지 ‘아이를 낳는 사람’이 아니라, 한 생명을 몸과 마음으로 품는 역할을 해냅니다. 임신은 단순히 생물학적 과정이 아닙니다. 개인의 건강, 가족의 지원, 직장의 환경, 사회의 태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이고 중요한 여정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임산부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사람에게 시선이 곱지 않거나, 직장에서의 눈치, 의료정보에 대한 부족 등 임산부가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고 현실적입니다. 출산과 육아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점점 더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곧 생명에 대한 존중이며,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입니다. 한 명의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라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지지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임산부를 위한 안전한 보건 의료 환경, 직장에서의 유연한 근무 여건,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에서의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시선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임산부의 날은 단지 임산부만을 위한 날이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얼마나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돌아보는 날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해야 할 공동의 과제입니다. 출산을 선택하고 생명을 품는 그 용기와 여정이 고립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공동체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작은 배려 하나가 한 사람의 하루를 바꾸고, 결국 한 생명의 시작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마음,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손길, 임산부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바로 그런 시작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우리 주변의 임산부를 한 번 더 돌아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들의 여정이 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생명을 품은 그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축복하고 응원하는 사회,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내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