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제2공항 찬·반 갈등 첨예...이정도 심각한 수준이었나?”
- 도민 의견 모으는 제주 제2공항 2차 경청회 개최 - 6일 오후 6시 서귀포 청소년수련관서 진행…여전히 찬성과 반대 측 의견, 첨예하게 맞서 - 찬·반 양측 제주도가 갈등 부추기고 있다며 강력 항의...제주도, 향후 진행상황 지켜보겠다는 원론적 입장 피력
제주 대표적 최대 현안이면서 전국적 ‘뜨거운 감자’인 제주 제2공항 추진과 관련해 8년여간의 찬성과 반대 측 간 갈등이 끝을 모르고 가파르게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진여부를 떠나 도민사회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소통 없이 갈등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국회의원, 그리고 도의원 등 제주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 이득에 함몰되는 양상을 보여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갈등양상은 지난 3월 29일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6일 오후에 개최된 2차 경청회에서는 더욱 더 찬·반 갈등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1차에 이어 2차도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어 정치권에 갈등해소 해답을 요구하는 강경한 목소리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 궁금증을 해소하고, 찬·반 양측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통해 제시한 의견을 기본계획(안)에 반영하고자 도민 의견수렴 절차를 이어가고 있는‘제주 제2공항 2차 도민경청회’가 6일 오후 6시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됐다.
앞서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 3월 29일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1차 도민경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2차 도민경청회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서귀포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자 서귀포시 중간 지점에 위치한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에서 경청회를 마련했다.
특히 제주 제2공항에 관심을 가진 직장인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도민경청회 시작시간을 기존 오후 3시에서 퇴근시간인 오후 6시로 조정했다.
이날 2차 도민경청회에는 서귀포시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설명, 찬・반측 대표 의견 제시, 플로어 의견 수렴 순으로 진행됐다.
도민경청회에는 국토교통부 서정관 공항건설팀장 등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진인 포스코이앤에스 정기면 이사를 비롯해 제주도 관계자가 참석했다.
또한 제주 제2공항 찬성측 대표자로 강정민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서귀포 주민 양영일 씨, 반대측 대표자에는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공동대표, 서귀포 주민 고명희 씨가 나섰다.
먼저 식순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 설명은 용역에 참여한 포스코이앤에스 정기면 이사가 발표했다.
정 이사는 △제2공항 건설 추진 배경 및 경과 △항공수요 예측에 따른 제2공항 운영방안 △시설규모 및 배치계획 △환경관리계획 △지역 상생방안 △건설·운영 및 재원조달계획 등 제2공항 건설 추진계획 및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서 찬·반측 대표자의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입장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제2공항 건설 찬성 측 대표자로 참석한 강정민 부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이 안전하고 쾌적한 비행기 운항환경을 조성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산남산북의 균형발전에 최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민 부위원장은 “동서활주로인 제주공항은 겨울철 북풍이 강해지면 이착륙이 위험하기 때문에 비행조종사들이 가장 꺼리는 공항으로 불린다”면서 “제2공항이 건설되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비행기의 연발·착 문제와 결항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 행정, 교육, 의료, 문화예술, 관광, 교통, 금융 등 모든 시설이 제주시에 집중돼 있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제2공항 건설은 서귀포시의 백년대계 균형발전과 산남산북의 격차를 줄이고, 8년의 갈등을 끝내 원상으로 돌아가는 최선의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서귀포 주민 양영일 씨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제주공항 인근 지역이면서 인구가 가장 많은 연동과 노형주민들이 경제적인 피해를 입게 돼 전체적인 여론조사에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도민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지역의 의견을 우선 반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 반대측 대표자인 박찬식 공동대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내 조류충돌 관련 위험성 축소 발표, 인구 감소 및 노령화에 따른 항공수요 지속 감소, 제2공항 내 군사기지 건설 의혹 등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박찬식 공동대표는 “제2공항 일대가 철새도래지 벨트로 구성된 곳인데 국토부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39개종만 포함했다”며 “제2공항의 조류충돌 가능성은 제주공항보다 몇 십배 높은데 국토부가 조류충돌에 대한 대책이 없으니 위험성이 적다고 거짓으로 부실평가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에서는 2015년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연간 4,560만 명의 수요를 예측했지만 2023년에는 3,960만 명으로 15% 감소했다”며 “수요 감소에 따라 제2공항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귀포 주민 고명희 씨는 “2015년 제2공항 추진계획이 발표된 이후 8년 동안 도민 여론조사가 발표됐음에도 단 한 번도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제2공항 건설은 최종적으로 제주도민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도민경청회에 참석한 도민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3분 간 발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찬성측의 시민은 “제2공항이 건설되지 않으면 서귀포 주민들은 비행기를 이용하기 위해 멀리 떨어져있는 제주공항으로 와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고, 활주로 혼잡으로 큰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며 제2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대측의 시민은 “공항이 친환경시설이 아닌데 친환경 공항으로 만들 수 없다”며 “파키스탄에 내린 폭우로 1,700명이 목숨을 잃고 영국과 프랑스에서 40도가 넘는 폭염이 발생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제2공항이 건설되면 청정도시 제주가 아니라 렌터카도시 제주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제주 제2공항 반대측 입장으로 모 고등학교 학생이 발언에 나선 가운데, 해당 학생 발언에 대해 찬성측에서 문제를 삼으면서 파행으로 치닫았다.
그러자 반대 측 인사들은 찬성측 관계자를 향해‘학생인권 침해’라며 강력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어났지만 양측 간 뜨거운 분위기를 중애해야 하는 제주도의 대응이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대측 인사들은 청소년 차별·혐오 발언에도 나서지 않은 제주도에 대해 강력 성토하면서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제주정가 일갈에서는 찬·반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주도가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제주도가 싸움을 붙이고 있다고는 비판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