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기 칼럼니스트

▲ ⓒ일간제주

제주 미래를 좀 먹게 할 일간지 1면 광고가 눈에 거슬린다. "지금 그대로의 제주다움을 지킬 수 있도록 제2공항을 막아 주십시요. 제2공항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반대한다고 답해주세요"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제주는 과잉관광으로 망가져 가는 제주가 아닙니다."라는 등등 글귀가 모퉁이에 무게 잡고 있다. 제주 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전국시민사회 단체 290개 연대)에서 낸 광고이다. 이 광고에는 제2공항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뭘 하겠다는 대안이 없다. 단지 제주다움 파괴와 과잉관광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는 것은 수렵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제주 사회에 깔린 개발정책에 반대하는 고질병은 곪을 대로 곪았다. 제2공항 건설 입지 발표 때의 당당했던 원 도지사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들 세력과 적당히 타협한 결과는 대형 정책 참사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제2공항 건설 운명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제주다움과 과잉관광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치여 제2공항 건설이 물거품이 된다면 장래 국책사업이 제주에 발붙이기가 험난할 것이다. 툭하면 보검과 같이 휘둘려고 하는 제주다움과 과잉관광이란 주관적 주장일 뿐 객관적 개념은 없는데도 말이다.

제주다움을 근거로 제2공항 건설 반대하기란 너무 옹색하다 하겠다. 과연 제2공항 건설 반대의 필요충분조건이 제주다움이라는 명분은 무대책의 선전·선동이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제주다움이 파괴된다는 말인가. 툭 하고 내뱉는 제주다움 가치는 무엇인가. 또한, 제주다움이란 실체가 무엇인가. 도대체 제주다움은 어떤 의미인가. 하지만 제주다움에 구체적인 개념이 없이 특정 집단의 주장만이 전매특허가 아니다. 제주만의 독특함이라고 할 때 섬이란 점이고, 경제와 연관한다면 제2공항 건설은 섬과 세계 접근성 차원에서 중요한 SOC이다.

제2공항이 과잉관광을 부채질한다는 주장이 명료치 않다. 과잉관광이 문제라면 제주산업구조의 70% 이상을 차지한 관광산업 이외의 어떤 산업으로 제주경제를 지탱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물며 어떤 산업으로 제주의 힘을 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산업 전략 제시도 없다. 제2공항은 항만물류와 항공 물류 간의 보완관계로서 중차대한 섬 물류수단이다. 그런데도 제2공항 건설 과정과 제2공항 건설로 관광객이 증가하는 과잉관광이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은 무책임한 언어의 유희다. 환경과 개발은 상극의 관계라고 보지만 오히려 상생의 관계이다.

필자가 공직에서 배척당한 이유도 제주 신항건설계획을 수립해 해수부에 반영 요청한 죄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제주 신항건설에 반대하던 시민사회단체와 특정방송 등의 왜곡에 이어 이들에게 굴복한 원 지사의 부화뇌동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하지만, 제주 미래 핵심 역량인 제주신항건설의 초석을 깔았다는 것에 공직 소임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필자가 겪었던 경험에 비추어 제2공항 건설 과정의 행태를 보면, 제주에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도민 갈등만 부추기는 게 한심스럽다.

지금, 제주에는 대형 개발 사업에 빗대어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는 습관적이다. 김태환 도지사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때문에 주민소환 투표까지 당했던 것도 시민사회단체 등 때문이다. 김태환 도지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당당하게 맞서 도지사로 복귀했다. 역설적인 것은 좌파 진영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그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쳤기에 제주 남동해역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해상 교역로의 안전 보호를 위해 제주 해군기지가 필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치적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소신에 먹물을 뿌린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친정 세력이었다. 반면에 우파 진영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지독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제주 해군기지를 마무리했다는 것은 역설이다.

이춘근 국제정치 아카데미 대표는 "제주 남방 해역은 21세기 국제정치 관점에서 볼 때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바다이고,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에 치명적으로 중요한 바다이다. 제주 남방 해역이 이들 나라에 중요한 이유는 이 해역이 가지는 경제적, 전략적 중요성으로부터 도출 된다"고 했듯이 제주 해군기지 역할은 제주 남방해역을 관할한다는 측면에서 그 위용은 매우 크다.

필자는 당시에 제주 해군기지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을 수립했던 담당과장이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제2공항 양상과 너무 흡사하다. 그들은 오로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만을 외쳤다. 평화와 환경을 담보로 반대했다. 하지만, 힘을 가진 국가는 평화라는 단어를 즐겨 쓸 이유가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나약한 국가만 평화에 기대어 구걸하다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우리도 그런 경험이 있다. 제주가 힘이 강하다면 평화의 섬이라고 운운할 필요가 없다. 강력한 힘이 곧 평화이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아픈 역사를 현재 입장에서 쳐다보니 경거망동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가까운 역사를 돌아보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정한 것임에도 같은 진영이 이를 반대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하물며 제2공항 건설은 지금도 영어의 박근혜 전 대통령 작품이라서 현 집권당은 눈엣가시가 될지 모른다. 작년에 문 대통령은 제주도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고상한 말로 행정 갈등을 부추겼다. 이에 질세라 확인 사살의 방어 쇠를 당긴 건 주무 부처며 제주도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제2공항 건설 반대 난리굿 따위는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성장 과정에 좌파 정부와의 인연이 많다. 바로 제주국제자유도시 출범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이어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도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특히 좌파 진영의 최고봉은 제주를 아꼈다. 그 뜻에 동참하는 게 좌파진영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같은 진영끼리 누구는 약주고, 누구는 병 주지 말길 바랄 뿐이다. 더는 제2공항 때문에 제주를 활화산의 구덩이로 몰아넣을 생각을 접는 게 보편적 상식이다.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뭐라고 훈수를 둘까.

결국, 공항 입지를 결정하는데 과학적 방법을 무시하고 여론에 기대겠다는 발상은 개탄스럽다. 제주특별자치도민이 단결한다 해도 정부 예산 부족과 정치 풍향 때문에 제2공항 추진은 가시밭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제2공항 포기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민은 혹세무민에서 탈출해 도민의 자존을 세워야 할 때이다. 원 도지사도 사즉생의 심정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도자는 역사로부터 평가받으려고 할 때 강명한 용기가 비롯된다. 우리는 김태환 도지사의 주민소환 투표 사건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제2공항 건설이 백지화된다면 코로나 팬더믹 이후 제주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기회’란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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