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폐회된 임시국회에서도 4.3특별법 개정이 무산되었다. ‘이번에는 혹시나’ 기대했던 유족과 도민들은 또다시 무참히 배신당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안정 상정조차 하지 않고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여야 정치권의 모습은 참으로 역겹기 그지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희망고문을 견디어야 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유족과 도민들 앞에 사죄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4.3특별법 개정을 완료할 것을 약속하라.

20대 국회에서 이어 21대 국회에서 수정, 재발의된 4.3특별법 개정안에는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를 통한 수형인과 그 유족의 명예회복, 그리고 국가폭력 피해의 회복 조치로서 배보상 등 70년 응어리진 유족의 한을 풀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들이 담겨 있었다. 군사재판의 경우 일괄재심을 통해 명예회복의 길을 여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마지막 남은 주요 쟁점인 배·보상도 피해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더 이상 논란을 벌일 문제가 아니다. 1999년 4.3특별법 제정 당시에도 초안에는 배·보상 조항이 들어 있었지만, 아직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보되었다. 그런데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온 2003년 이후 20년 가까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생존 피해자는 물론 유족들도 적지 않게 세상을 떠났고 살아있는 유족들도 80~90대 고령에 이르고 있다.

그 고령의 유족들이 한 가닥 기대를 가지고 국회 앞에서, 제주도 곳곳에서 엄동설한의 거리에 피켓을 들고 나서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런데 정부 당국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는 이 침묵의 절규도 들리지 않는 것인가?

배·보상은 유족들에 대한 시혜적인 지원의 문제가 아니다.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정부 스스로 인정한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피해회복 조치이자 명예회복 조치이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스스로를 치유하고 정의로운 국가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와 여당은 몰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인 기재부 관료들에 휘둘려 과거사 청산의 원칙을 저버리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적반하장도 꼴사납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이 배·보상 관련 문구를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으로 조율하자 배·보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상정에 반대했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4.3특별법 개정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국민의힘과 그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안건 상정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임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국민의힘이 배·보상 원칙을 얘기하는 것이 안건 상정 방해를 위한 얄팍한 술수가 아니라면 4.3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상정하여 심의과정에서 강력히 주장해야 할 것이다.

2월 임시국회는 그야말로 마지막 기회다. 4.3희생자유족회에서도 경고했듯이, 4.3특별법 개정을 매듭짓지 않고는 올해 제73주년 4.3추념식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할 것이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도 반드시 개정된 4.3특별법을 4.3 영령들 앞에 바칠 수 있도록 유족 및 도민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21. 1. 11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준비위원회

일간제주의 모든 기사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반론할 내용이 있으시면 news@ilganjeju.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비리와 사건사고, 그리고 각종 생활 속 미담 등 알릴수 있는 내용도 보내주시면
소중한 정보로 활용토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