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과 현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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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역 화폐에 대한 논란이 인터넷 공간을 채운 기억이 난다. 예산 낭비라고 주장하는 쪽과 지역의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앞으로 더 관심을 보고 살펴봐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지역 화폐의 발행은 좋은 정책적 수단이고, 그에 따라 제주 지역 화폐인 ‘탐나는전’의 발행을 환영한다.

우리 아이들 책상 속 서랍에는 ‘아이들만의 돈’이 있다. 이 돈은 서울에 있는 키자니아라는 아이들 직업 체험관에 들어갈 때만 쓸 수 있는 돈이다. 아마 어린 자녀들을 키우면서 서울에 여행을 한번이라도 갔던 부모들은 이 곳을 여행의 경유지로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우리도 이 직업 체험관에 가서 ‘가상의 돈’을 구매하고, 체험을 하고 쇼핑을 하고 남은 돈을 보면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모두 쓰고 오자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이 주장에 동의해서, 아이들은 남은 돈에 맞춰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참 쇼핑을 하던 아이들은 쇼핑센터에 너무 늦게 들어가서인지 지금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없다면서 다음에 올 때 쓰겠다고 했다. 서울이라는 곳을 자주 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말을 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작은 고모네 집에 올 때라도 한번씩 들리면 되잖아! 그리고 그 때는 체험시간을 조금 줄이고, 물건은 천천히 살펴보고 돈을 쓰고 갈께”라고 말을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예전이야 서울을 오고 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서울을 갈 수 있다. 저가항공도 많고, 서울에 아는 분이 있다면 숙박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자기가 원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아마 우리 아이들도 ‘키자니아’의 돈을 쓰기 위해, 현실에서의 용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경제활동은 소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소비는 경제주체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 주체는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은 대형 상권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다. 더군다나, 온라인 상권의 발달은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지역 화폐’가 필요하다. 그 지역에서 그 지역만을 위해 소비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인 것이다.

장사는 단골 손님이 자주 찾아와 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본다. 단골 손님이 많다는 것은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광도 비슷하다. 한번 오고 끝나는 관광보다, 다시 찾는 관광이 된다면 그 효과는 주요 관광지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지역에 골고루 퍼져 나갈 수 있다.

이번달에도 우리는 여행 적금을 내러 은행에 갈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는 시점에 여행을 가기 위해 매달 여행 적금을 가입하고 있다. 은행에 갈 때마다 아이들은 또 다시 말을 한다. 키자니아 가서 지난번에 사지 못한 인형을 사겠노라고. 그 모습을 보면서 제주 지역 화폐를 활용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탐나는전’을 쓰기 위해 제주를 찾는 단골 관광객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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