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기 칼럼니스트

▲ ⓒ일간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 장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어렴풋이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도지사의 리더십에 대한 염려이다. 출범한 지 벌써 14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제주특별자치도의 체제 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다. 다만, 행정시장의 직선제로 하자는 법 개정도 벽에 부딪혔다고 문제를 제기할 뿐이다. 또한, 도지사의 권한이 제왕적이라고 하는 이가 많다. 도지사 리더십이 제왕적이라면 권한의 독점 때문에 장래가 불안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제왕적 도지사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에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하지만, 전국 1.3% 세력의 작은 도정을 경영하는데 제왕적 도지사의 경쟁력은 민첩한 선택과 결연한 행동이라고 본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이전에는 도지사의 리더십과 네 명의 시장·군수의 리더십이 보완적 관계 혹은 협력적 관계에서 때로는 서로 경쟁적인 긴장 관계를 형성하면서 성장을 이끌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도지사 리더십에 대한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이를 탄식하는 소리도 들린다. 의회 정치가의 행정 능력에 대한 도민이 엄격한 평가다. 정치인 출신 도지사라서 이미지 리더십을 중요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미지 리더십이 21C의 3D(Digital, Design, DNA) 시대에 장점도 많지만, 도민을 위하기보다는 본인의 이미지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 선거에는 능하기 때문에 이미지 행정을 우선순위에 둔다. 이미지 리더십의 약점은 어떤 일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과감하기보다는 규제를 만들거나 포기하게 된다. 결국에는 화려하게 펼친 정책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무원의 특성을 이해 못 할 뿐만 아니라 조직 장악력이 없기 때문에 행정 집행력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이러한 진단에도 불구하고 차선책으로 리더십 공백을 메 꿀 수 없다는 것이 행정 구조적인 문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계층 구조로서는 능력이 있고 검증된 탁월한 행정가를 키워낼 수 있는 사다리가 없다는 것도 위협이다. 행정에 정통한 공무원 출신은 선거에 약하고, 선거에 강한 정치가는 행정 경험이 없다. 인재의 빈곤 시대로 돌입한 것 같다. 이런 제주 정가의 현실은 선거를 통해 탁월한 행정가를 내발적으로 양성하기보다는 도 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행정 경험이 없는 정치가 등의 독무대가 된다면 경험적으로 걱정이 앞선다.

도내에서 행정력과 선거의 감을 겸비하고 검증과정을 통해 탁월한 행정가로 성장해 나가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또한 탁월한 행정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행정계층구조가 없다는 것이 고민인데 이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 그나마, 선거를 통해서 행정가를 키워 낼 수 있는 제주특별법(약칭) 제12조의 행정시장 예고제도 겨우 한번 시행하고 사문화됐다. 이 제도가 갖는 의미는 행정시장의 직접 선거제를 간접적으로 보완하는 법적 기능이다. 비록 행정시장이 선거 과정을 간접 경험할 기회이지만, 이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그 본안으로 행정시장 공모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무늬만 공모제이지 선거 공신 책봉 내지는 정치적 계산에 이용될 뿐이다. 도지사가 잠재적 경쟁자를 키우려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경험적인 추론이다. 또한 행정시장의 2년 임기로는 행정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행정시의 무용론을 증명하는 것 같다. 과연 2년의 임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995년 직접선거제도가 도입된 이후 제주도지사는 관선 도지사를 거쳐 민선 도지사는 두 사람이 있고, 기초자치단체의 관선 시장 군수와 민선 시장을 거쳐 민선 도지사가 한 사람이 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유형의 리더십을 체득하였지만, 도청, 부처 등 근무환경에서 단련해온 경험과 축적된 역량이 도지사 리더십의 특성을 나타낸 것 같다.

우선 우근민 前(전)도지사는 거래형 리더십 유형 같다. 총무처 인사국장, 차관 출신답게 보상과 처벌을 이용한 조직 장악력으로 다섯 번이나 도지사를 지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거의 귀재였다. 관선 두 번, 민선 2기, 3기와 5기 도지사로서 도정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 제주개발특별법을 제정하여 제주도민 주체 개발의 여건을 조성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기 도지사로 권토중래해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하는데 중국인 투자유치에 앞장섰다. 따라서 제주 경제가 호황을 맞게 되었고, 제주 인구도 증가하는 기폭제를 만들었다.

신구범 前(전)도지사는 극한의 리더십 유형 같다. 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출신답게 실물경제에 능해 제주도를 제2의 성장기로 도약할 수 있도록 SOC 건설에 일사불란한 통솔력이 돋보였다. 관선에 이어 민선 1기 도지사로서 대단한 기획력과 조직 장악력, 집행력이 강점이다. 불행하게도 강한 추진력 때문에 도민에게 외면당했다고 본다. 원래 훌륭한 리더는 큰 나무와 같아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 속설이다. 그렇지만 행정가는 역사에 의해 그 업적을 평가받을 것이다. 즉 제2의 제주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도로 건설, 컨벤션 시설, 삼다수, 해양수산연구원 등이 있다.

김태환 前(전)도지사는 외유내강 리더십 유형 같다. 지방행정가로서 9급에서 관선 시장·군수를 거쳐 민선 제주시장에서 민선 도지사를 지낸, 내발적으로 성장한 행정가 유형이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며 국제자유도시를 비전으로 정해 지방행정 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했다. 주민소환을 당하면서도 강정 민군 복합관광미항을 관철했다. 이 뿐만 아니라 2차 산업 육성을 한다고 수산식품가공 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이와 함께 고등어 대형 선망어업을 유치하려고 수산물 산지복합유통센터에 방점을 둬 그 용역비 등에 5억 원을 과감하게 예비비로 배정하는 담대함도 있다.

이들은 「당신이 리더다」 공동저자 '스튜어트 레빈'이 언급한 '메타리더'로서 위기상황에서 '선택을 위한 선택'하는 상위 인지 역량과 공무원의 생리를 꿰뚫고 조직 장악력으로 도정을 역동적으로 경영했다. 하지만, 「군주의 거울」 저자인 김상근 교수는 '세월호 이후에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면서 영화 「명량」에 열광한 것은 탁월한 리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표출'이라고 했다. 앞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 갈 탁월한 행정가에 대한 도민의 열망은 매우 크다고 본다. 과연 탁월한 행정가라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이다.

「왜 일하는가」의 저자 '아나모리 가즈오'는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간절한 바람이 잠재의식에 까지 미칠 정도로 곧고 강해야 한다. 주의 시선에도 우왕좌왕하지 말아야 한다. 하고 싶다면, 하고자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굳게 다짐하라 그리고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굳게 믿어라. 그런 간절함이 없다면 처음부터 꿈도 꾸지마라,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했다.

「네이비 씰 승리의 기술」 저자 '윌링크(Jocko Willink)'가 주장한 '극한의 리더십(Extreme Ownership)'이란 '최고의 리더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넘어 자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에 극한의 오너십을 갖는다'고 했다. 그는 보트경주사례(혹독한 장애물 훈련 및 보트경주 등 훈련코스)에서 항상 우수한 성적을 거둔 조와 저조한 조가 있다. 그런데 조장만을 바꾸어 시합한 결과는 저조했던 조가 우수한 성적을 거둠으로써 조장 리더십의 차이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즉, 나쁜 팀은 없다. 오직 나쁜 리더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도지사의 리더십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색깔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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