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에 원희룡 지사 측근 이승택 씨가 임명됐다.

이 씨는 원희룡 지사 선거 캠프 출신이자,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서 정책보좌관과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을 지낸 원 지사의 최측근이다.

1차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 인사를 반려하고 재단 이사장 재공모라는 무리수를 둔 이유가 결국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는 민선 6기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을 지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캠프에 합류한 전력이 있다.

원희룡 지사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도시 재생과 원도심 활성화라는 공익을 내던진 인물이다. ‘공직’보다는 ‘젯밥’에만 관심을 두는 한없이 가벼운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에 이 씨를 임명하는 것은 원희룡 지사 공약인 ‘문화예술섬 제주’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하는 처사다.

코로나 19 사태로 제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예술인 복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다. 타시도 광역문화예술재단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동안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제주도는 손을 놓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문화예술재단의 설립 목표와 취지에 걸맞는 문화예술 행정과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측근 인사를 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하는 처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예술 창작의 열정을 가져온 문화예술인들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원희룡 도정의 문화예술 정책의 철학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각종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축소하거나 전용하겠다는 도의 공공연한 입장마저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을 확대하고 기존 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시도해도 모자랄 판에 전문성도, 자질도 없는 인사를 오로지 지사 측근이라는 이유로 임명하는 처사는 그 자체로 반문화적인 처사다.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도, 정책도, 의지도 부재한, 그야말로 문화정책의 삼무(三無)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나 다름 없다. 문화예술보다는 측근이나 챙기는 원희룡 도정의 민낯 앞에서 지역문화예술인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분야보다 협력과 대화가 필요한 자리에서 측근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앞으로 지역에서 묵묵히 창작활동을 해온 문화예술인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재단 이사장 임명은 기회가 되면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정치인 원희룡 지사의 그릇이 결국 측근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허황한 대권 욕심보다 ‘문화예술섬 제주’라는 스스로의 정책을 실현하는 일. 그 정책적 실천은 낙하산 이사장 임명 철회다.

2020년 5월 28일

(사)제주민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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