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과 홍혜정

▲ ⓒ일간제주

11월에도 저 멀리 있던 ‘추위’가 12월이 되니 성큼 코앞까지 다가왔다.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한라산 정상에 눈이 희끔희끔 보일 때면 몸은 저절로 웅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나’에게 향하게 된다. 연초보다 느슨해진 나를 보면서 한해 목표한 바는 어느 정도 이루었나, 꼭 해야 했지만 놓친 것은 무엇이 있나 체크하게 된다.

 

얼마 되지 않은 나의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면 현 공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은 청렴이다.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음이라는 사전적 정의는 매우 간단해 보이나 실상 요구하는 바는 더 포괄적인 것 같다.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함은 어느 정도까지인지, 재물을 탐하지 않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사람마다 정의할 수 있는 범위는 제 각각이다. 모두의 기준을 충족시켜 줄 수는 없지만 그 평균 언저리쯤을 지키기 위해서 보통의 공직자들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면 청렴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뇌물? 부패? 태만? 나는 개인적으로 청렴의 반대말을

‘유혹’으로 정의하고 싶다. ‘추위’라는 친구처럼 멀리 있었던 것 같지만 한순간 코앞까지 성큼 다가와 있기도 하고, ‘시나브로’라는 단어처럼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우리에게 스며드는 그것, 바로 유혹이다. 매 순간 대가의 유혹, 게으름의 유혹, 방관의 유혹들을 떨쳐내기 위해 객관적이면서 또 부지런히 일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찰나의 순간순간을 의식적으로 맑은 행동으로만 채운다면 ‘청렴한 공직복(衣)’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쇼핑으로는 살 수 없는 옷이라 본인이 현재 입었는지, 앞으로 살 수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청렴한 공직복(衣)’에 값을 매긴다면 얼마가 될까? 아마 가격표에는 0원이 붙어 있을 것이다. 다만 기성복이 아닌 한정판 맞춤복이기 때문에 아무나 가져갈 수가 없다. 오직 묵묵히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보통의 공직자에게 한 명 한 명 민원인들이 건네는 천 조각들이 모여 재단되는 맞춤복이다.

지금 경리팀에서 한 건 한 건 소중한 지출이 이루어 질 때면 누군가에겐 이 추위를 조금은 누그려 뜨려줄 수 있는 군고구마 같은 도움의 손길이 되기를 기원하며, 2019년을 부지런히 마무리하고 있다.

바로 이 순간 우리를 흔드는 유혹도 모르는 사이 스며들고 있지만, 조각조각 ‘청렴한 공직복(衣)’도 드륵드륵 주인을 찾아 재단되고 있다. 기나긴 추위 끝엔 코끝을 포근히 감싸주는 봄도 시나브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마음에 품고 다가오는 2020년을 미소로 맞이하려 한다.

일간제주의 모든 기사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반론할 내용이 있으시면 news@ilganjeju.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비리와 사건사고, 그리고 각종 생활 속 미담 등 알릴수 있는 내용도 보내주시면
소중한 정보로 활용토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