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도서관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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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바람을 보내고 어느덧 따뜻한 커피 잔을 한 손에 쥐어야 할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뜨거웠던 커피가 따뜻해지고, 다시 미지근하게 식어가는 동안 <내가 살아온 날들>이란 책은 나의 마음을 온전히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철학관련 책을 찾기 위해 탐라도서관 문헌정보관 100번대 서가에 서성이며 갖가지 제목들을 구경하던 중 눈에 들어왔던 제목.

다산 정약용의 저서 일부분과 자녀들에 남긴 편지들을 엮은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생각에 입으로, 머리로 되새기며 읽어 갔다.

시대가 바뀌어도 무릇 변하지 않는 인간의 도리는 물론 공직자로서 항상 갖추어야할 행동과 마음가짐에 대해 다산은 자신의 제자에게, 아들에게 그리고 그 후손인 나에게 전하고 있다.

“어두운 밤이라 아무도 모릅니다.”라며 금 열 근을 품에서 꺼내 놓은 수령에게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오”라며 돌려보낸 자사(刺)史)의 일화, 자신이 베푼 것은 말도 하지 말고 덕을 주었다는 표정을 짓지 말라는 그의 말은 공직자로써 내가 살아갈 날들에 길잡이가 될 글들이었다. 너와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그 비밀을 또 다른 누군가가 알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일들은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뇌리와 가슴속 깊게 남아 친구와 동기들과의 담소자리에서 항상 이야기하는 한 구절이 있다.

‘소견이 좁은 사람은 오늘 당장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바로 눈물을 줄줄 흘리고, 다음 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면 바로 벙글벙글 거리며 표정이 밝아져 모든 감정이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아침에 햇볕을 먼저 받은 곳은 저녁때 그늘이 먼저 지고, 일찍 피는 꽃은 그 시듦도 빠르다는 것이 진리’라는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항상 중도를 지키며 공직자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다짐을 나는 이 문구를 통해 되새기게 되었다.

우리 동기에게 그랬고 친구에게 그랬듯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을 위해!

따뜻한 차와 함께 <내가 살아온 날들>을 읽어보는 것도 다가오는 겨울밤을 맞이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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