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 ⓒ일간제주

#인권 모범도시 제주?

도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불러오는 제2공항 사업에 대해서 자기결정권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고, 이 내용이 제주도의회에 전달됐다. 그렇게 제2공항 도민 공론화 지원특위 구성 논의가 시작됐다. 10월 중순부터 인권의 기본인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확보를 위한 위해 단식과 농성이 벌어졌고 10월 31일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제2공항 건설 갈등 해소를 위한 도민 공론화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통과를 위해 10월 29일부터 2박 3일간의 철야집회가 이어졌다. 차가운 땅바닥 위에서 인권의 가장 핵심구호인 자기결정권을 인정해달라는 호소를 그것도 도민의 인권을 수호해야 할 제주도의회 앞에서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도민의 인권보장은 보름 후로 연기되었다.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

인간은 자기결정권을 가지며,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게 보장하는 것이 인권의 첫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주도의회 운영위원회는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류해 버린 것이다. 도민 공론화는 보름이라는 시간 안에 다시 갇혀 버렸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차가운 땅바닥에서 도민의 인권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시작했다. 집약적이고 지난하게 요구되어 온 도민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인권을 짓밟은 도의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 피노키오와 원희룡

‘심사 보류’ 결정이 난 다음 날, 11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가 개소했다. 이곳에서 원희룡지사는 “제주는 4·3이라는 큰 인권유린을 치유해 온 역사가 숨 쉬는 곳이자 최근에는 이주민들과 외국인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와 인권문제가 제기되는 변화의 와중에 있다”며 “도민들이 지역 내의 인권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절차를 밟고 구제받을 수 있는 비빌 언덕이 생겨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 도정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제주도를 인권 모범도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더욱 분발 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나는 이 말을 듣기가 너무 힘들었다. 지금 도민들이 제주도의회에 자기결정권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고 밤을 세가면 싸우는 이유가, 그 시작이! 원희룡지사 본인이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인권 모범도시라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국가인권위원회 개소식에서 인권을 외치다.

‘도민의 인권을 위해 제2공항 반대한다. 도민결정권 외면하는 원희룡은 반성하라,제2공항 결사반대 원희룡은 사퇴하라!’

개소식 축하공연, 인사말씀이 이어지고 현판식을 위해 나가는 원희룡 지사와 김태석 의장 등을 향해 외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개소식에서 제주4.3을 이야기하고, 인권 모범도시를 운운하며 위선을 늘어놓는 원희룡지사의 말에 대답을 해줘야 했다. 도지사가 나의 분노를 정확하게 들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나는 외쳐야만 했다.

#섬+인권+나

나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현재 제주와 전국을 오가며 성소수자 인권 활동과 제주지역 청년노동권 활동, 청소년 인문학 활동 그리고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실천하며 살고 있다.

나의 인권감수성이 지금보다 부족했던 청소년시기에 제주지역 청소년과 관련된 인문학 활동에 꽂혀 열심히 활동했고, 그 덕분에 책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잃게 되었다. 이 모두는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고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그것이 나를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운동으로 연결시켜 주었다. 그 후 제주 지역사회의 문제, 더 나아가 국제적 문제로 관심이 넓어졌다. 그리고 지금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함께하며 제주지역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중이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이렇듯 인권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런데 과연 현 정부는 제주도는 제주도의회는 그것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니 우려가 크다.

그리고 도민들이 자기결정권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제주는 예나 지금이나 내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그리고 지금은 1400만명이 넘게 찾아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섬이 되어 버렸다. 이 와중에 건강한 자연과 생태계는 무너져 내리는 중이고, 도민의 생활환경도 크게 악화되었다. 도민의 건강할 권리,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 이러한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슬프게도 제주도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인해 도민의 인권이 파괴되는 섬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에 공항을 한개 더 짓는 것은 결과적으로 도민의 인권을 더욱 침해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들린다. 국토부도 말했다. 제주도에서 항공을 이용하는 도민의 비중은 15%이고 85%는 국민(관광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도민을 위한 사업을 넘어 국민을 위한 사업이라고 봐달라고 말이다. 결국 도민의 인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도민을 핑계로 내세워 오버투어리즘을 더욱 부추겨 도민의 인권을 더욱 부수려는 사업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민의 인권과 미래세대의 인권을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제주도지사가 인권을 함부로 말하고 위선으로 도민들을 대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제주도에 공항이 한 개 더 생긴다고 해서 도민들의 인권이 앞으로 더 나아지거나, 윤택해지거나, 행복해 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도민의 인권은 이미 너무나 충분히 유린되고 짓밟혀 왔다. 더불어 도민의 인권은 예측할 수 없는 그리고 담보할 수 없는 자본의 논리로 짓밟히고 있다.

경제논리는 결코 인권을 대신할 수 없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의 인권을 파헤치는 일을 지금 국토부와 원희룡지사 그리고 제주도의회의 일부 도의원들이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민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지원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즉,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겠다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도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이제 국토부와 원희룡지사와 제주도의회가 답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제주도, 이 섬의 인권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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