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송승문외 7만 유족 일동 성명서

4․3의 아픔은 곧 제주의 역사이며,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묻혀 있던 4․3의 역사는 지난 2000년 1월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이하‘4․3특별법’)’이 제정된 이후로 비로소 그 진실의 빛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4․3특별법은 과거사 청산의 과정에서 필수 사항이 상당부분 결여되어 완전한 4․3해결을 진행함에 있어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내었습니다. 더욱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개선책이 제시되지 못한 채 정치적 갈등과 유족들의 원성만 조장하여 왔습니다.

이에, 제주4․3희생자유족회에서는 특별법 개정에 대한 절실함으로 법률지원단을 구성하여 유족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법개정 시안을 마련하였고, 이후 국회 법제실 등의 검토과정을 거쳐 2017년 12월 19일 여․야의 국회의원 60명의 서명을 받아 오영훈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4․3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습니다. 하지만 1년 9개월 동안 단 한번의 소위원회 상정 이후 국회 골방에 처박혀 있는 실정입니다.

자고로 100% 완벽한 법(法)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다소의 시행착오를 거쳐서라도 법의 본 목적에 맞게 수정해 나가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든 법은 인간사회의 정의실현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바 결코 정의롭지 못하게 행사된 극악무도한 국가권력의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법치국가 확립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법개정의 절차는 불가피한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한민국 역사의 숙명적 과제인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서는 4․3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그 중심에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이 자리잡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태껏 당리당략에 묶여 고착화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해결책을 공동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이에 7만여 4․3유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정치권에 촉구합니다.

정치권의 자발적인 헌신과 대승적 공감대 속에서 4․3특별법 개정안을 온건하게 통과시켜 4․3해결의 새로운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도록 부디 초당적 자세를 보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민주발전과 국민화합에 다다를 수 있는 지름길이며, 파사현정(破邪顯正) 실현을 위한 정치권의 책임이며 도리입니다.

올해 안에 4․3특별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파기가 된다면 7만여 유족뿐만 아니라 60만 제주도민들의 거센저항을 면치 못할것입니다. 피맺힌 한을 가슴에 켜켜이 쌓으며 인고의 삶을 버텨온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이미 고령의 나이로서 쓸쓸한 인생의 일몰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그 분들의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는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는 것은 동세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당연한 책무이기에 이번 개정안에는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의 문제를 명시하였습니다. 또한, 4․3 당시에 실체조차 불분명한 불법 군사재판의 무효화와 4․3위원회의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조항도 신설하였습니다. 이외에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의 시행과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치와 운영 등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포함시킴으로써 그동안 제주4․3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미진했던 부분에 대해서 상당 부분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제주4․3이 발생한지 71년만에 불법군사재판에 의해 형무소에서 억을한 삶을 살았던 4․3수형 생존인 18명에 대한 재심공판에서 ‘공소기각판결’에 이어 ‘형사보상확정판결 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토대로 진정한 4․3해결의 대전환점의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4․3특별법 개정이 온건히 이루어져 인권의 소중함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국민의 염원이 겸허히 받들어지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위상이 바로서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에서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대의정치가 구현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곧 정치권의 근본적 소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2019. 9. 5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송승문외 7만 유족 일동

일간제주의 모든 기사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반론할 내용이 있으시면 news@ilganjeju.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와 더불어 각종 비리와 사건사고, 그리고 각종 생활 속 미담 등 알릴수 있는 내용도 보내주시면
소중한 정보로 활용토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일간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