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언론인 양대영 시인이 첫 시집 「애월, 그리고」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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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모두 50편의 시편을 담아내고 있다.

“아들아!/ 오지 못할 먼 길을/ 5학년인 너를 보낸/ 이 아비의 가슴에/ 네 벌초를 가는 아비의 가슴에/ 스물네 해째 폭설이 내리고 있다.// 이 시집을 하늘로 부친다”는 시인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시편에는 안타까움, 그리움 등의 정서가 잔잔하게 녹아 있다.

이에 대해 정찬일 시인은 시집 해설을 통하여 ‘시인의 몸에 깊게 새겨진 그리움, 또 그리움’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사별해야만 했던 피붙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과 어머니, 아버지는 물론 유명을 달리한 권재효 시인에 이르기까지 “양대영 시인이 바라보는 죽음의 방식은 모두 현재진행형이고 나와 직접 연결되어 나타난다. 시 갈래는 한 정황을 통해, 한 시적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다양한 것으로 확장된다”고 보았다. 죽음과 삶의 연속성은 4·3시편으로 연결된다.

불칸낭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 골목으로 돌아가면 이수다/ 본 듯한 등 큰 나무 한 그루/ 화상의 흉터조차 다 지운 채/ 우두커니 혼자 서 있다/ 빈 몸이다/ 불타버린 나무에서/ 푸른 잎사귀 몇 잎 걸어 나온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소리도 들린다/ 새 몇 마리 날아오른다/ 옛사람들, 말끔한 얼굴로 걸어 나온다/ 불칸낭이 어디에 있습니까/ 모르쿠다/ 들어본 적 어신디// 무사마씸?

- ‘불칸낭’ 전문

등단작이기도 한 ‘불칸낭’에 대해 정찬일 시인은 “과거에 죽고 사라져간 사람들은 레테의 강을 건너가 망각하거나 잊힌 존재들이 아니라 시인에게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한다…어쩌면 불타버린 나무이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넘어 당당히 한 그루의 나무로 서 있는 나무…‘옛사람들, 말끔한 얼굴로 걸어나온다’에서처럼 그 죽음들을 현재적 의미로, 내 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것이 양대영 시인이 죽음을 간직하는 독특한 방식이라 강조한다.

나기철 시인은 “저자의 시들은 정제돼 있고 짧다. 저자는 시에서 많은 걸 드러내지 않고 심심한 듯 말한다. 하나 그 이면에는 주로 그리움과 고마움의 감정이 진득이 묻어 있다”며 일독을 권한다.

언론인 김동훈 박사는 아프고 쓰라린 삶의 편린들을 담담하도록 태연하게 대화체로 풀어낸 시편들에 감동을 받게 된다며, “잔잔한 삶의 이야기 속에 양대영 시인의 내공(內功)을 짐작케 한다”고 상찬했다.

양대영 시인은 현재 애월문학회 회원, 제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시작(詩作)에 전념하고 있다.

시와 실천 刊·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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