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경적 도로개발이라는 비판을 전국적으로 받으며 공사가 중단됐던 제주시 구좌읍 대천-송당을 잇는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3월 20일부터 재개된다고 제주도가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강행돼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군다나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공개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 그대로 행정의 일방통행으로 공사가 강행되려는 것이다.

 

비자림로 확장계획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제주도의 주장대로 비자림로의 도로확장이 시급하다는 논리라면 비자림로 전구간은 물론이고, 제주도내 대부분의 2차로는 당장 4차로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 설령 교통량이 증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책대응은 도로확장 정책이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 등 교통량을 조절하기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구간은 경관보전지구 2등급지역이고, 제주국립공원 예정지인 곳이다. 제주도 스스로 제주의 가치를 높이겠다면서 추진한 제주국립공원 확대사업은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정해진 상태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제주의 가치 보전은 내팽개치고 토건사업에만 달려드는 형국이다. 공사 전에 환경부와 협의를 거치는 것이 맞지만 제주도는 이마저도 무시하고 확장공사를 강행하려 한다.

 

원희룡 지사는 도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삼나무의 꽃가루 피해 등을 거론하며 도로확장의 당위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논리 모순일 뿐만 아니라 도로확장 필요성의 본질을 심각히 왜곡하는 주장이다. 삼나무의 가치 유무와 도로 확장의 타당성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설령, 삼나무의 피해 때문에 잘라내야 한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도로를 확장해야 하는 것은 별도의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공사의 필요성은 상당부분 근거가 없는 상황이고, 되려 도로확장에 따른 부작용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굳이 현재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면 도로확장보다는 현재 차선에서 도로 폭을 늘리는 정도로 교통흐름을 개선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제주도가 진정 아름다운 경관도로를 조성하고 싶다면 무리하게 해당구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오름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대책과 관리방안 그리고 경관보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부디 청정과 공존이라는 도정 구호에 맞는 행정행위를 해주길 바란다. 끝.

 

2019. 03. 18.

 

제주환경운동연합(김민선·문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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