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식 칼럼]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기대하며”

▲ 황의식 칼럼니스트ⓒ일간제주

공론화는 국민의 참여와 합의를 기반으로 추진된 국민참여형 정책결정과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체제에서는 대의기관이 아닌 일부 시민들에게 정책결정을 맡기는 것은 제도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어서 미비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충분한 정보와 토론의 기회 제공으로 의사결정의 공정성을 도출해내는 일련의 숙의과정은 공론화의 강점이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일방적 정보제공 그리고 무질서한 토론형식 등은 숙의민주주의의 저해요인이 된다. 숙의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안착하려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숙의성과 공정성을 담보해 내야만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회나 의회의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를 피하면서 시민들에게 심의를 맡기고 정부정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책집행과정을 밟는다면 숙의민주주의의 숙의성과 공정성이 위협받게 된다.

신고리 5 ·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는 정부에서 받아들여서 권고안대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는 제주특별자치도가 받아들이지 않고 조건부허가를 주었다가 허가를 취소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관련해서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와 상관없이 정책결정을 하면서 혼란이 야기 되었다. 이것은 숙의민주주의의 한계와 법적 효력의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써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신고리 5 ·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관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르면, 최종조사 결과 건설 재개 쪽을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로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 보다 19%p 더 높았다. 1차 조사에서 나온 건설 중단에 비해서 건설 재개 비율이 오차범위를 넘었고, 이후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차이가 더욱 커졌다.

녹지국제영리병원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에서도 최종 조사결과에서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선택한 비율이 58.9%로, 개설을 허가해야 된다고 선택한 비율 38.9% 보다 20.0%p 더 높았다. 1차 조사에서부터 개설허가에 비해 개설불허 의견이 1차 39.5%, 2차 56.5%, 3차 58.9%로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차이가 더욱 커지고 높아진 것이다. 숙의의 과정을 통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토론을 통해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숙의민주주의의 가치인 숙의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숙의민주주의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론의 체계화보다는 사례에 대한 연구가 많은 편이다. 공론화위원회와 공론조사위원회에서 숙의민주주의의 한 방법으로 퍼시킨의 공론조사를 활용하였지만, 다양한 방법들의 장점을 추가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방법과 지역특성에 맞는 방법들을 만들어야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신고리 5 · 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 사례를 비교하면서 숙의민주주의의 한계와 실현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였다. 숙의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시민들이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특성화된 공론화 방법이 개발되고 법적제도가 마련된다면 숙의민주주의 실현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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