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식 칼럼]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기대하며”

▲ 황의식 칼럼니스트ⓒ일간제주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근거하여 일주일간 도민들을 대상으로 제주영리병원 정책에 대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서명을 받고, 2018년 2월 1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민원실에 제주영리병원에 대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인 1069명의 서명을 받은 서명부를 접수함으로써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청구이유로는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하여 ① 의료영리화 정책이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 문제, ②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국내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논란, ③ 영리병원 추진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 논란에 대한 객관적 검증, ④ 세부적인 사업내용에 대한 타당성 검증 등 문제를 청구대상으로 적시했다.

숙의형 정책개발심의회는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정책개발로 추진하고 정책개발 방법은 ‘공론조사’로 추진키로 의결하였고, 이후 구성된 녹지국제병원 관련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2018년 10월 4일에 녹지국제병원 관련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 ‘녹지국제영리병원개설 불허’로 제주특별자치도에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공론조사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출한 권고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위원회는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을 불허 할 것을 권고한다.

최종 조사결과에서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선택한 비율이 58.9%로 개설을 허가해야 된다고 선택한 비율 38.9%보다 20.0%p 더 높았다. 1차 조사에서부터 개설허가에 비해 개설불허 의견은 1차 39.5%, 2차 56.5%, 3차 58.9%로 점차 증가하였다.

② 위원회는 개설 불허 의견에 따른 보완조치로 참여단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은 대책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

녹지국제영리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하여 헬스케어타운 전체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반 행정조치를 마련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③ 위원회는 향후 발생하는 도민사회의 갈등사항 등에 대하여 원만하고 성숙한 해결책을 강구해 달라는 취지에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이번 녹지국제영리병원 공론조사는 제주 도민사회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던 정책을 제주특별자치도정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민의 참여와 숙의과정을 통하여 정책결정을 내렸다는데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번 공론조사과정에서 행정절차의 적법성, 투명성 등에 대한 의혹의 끊임없이 제기 되었던바, 향후 정책결정에 있어서 행정절차의 적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여 도민들의 행정 이해도를 높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8년 10월 8일 제주도청 주간정책 조정회의에서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 권고’는 의료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다수 도민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헬스케어타운 조성의 의미와 시행 취지, 계획에 대한 충분한 고민의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권고에 대해 수용하는 듯 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제주특별자치도는 2018년 12월 5일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 수용의사를 뒤집고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두 달이 지나서 개설 허가로 정책방향을 바꾼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주도의 투자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와 녹지국제병원 불허 시 투자자 국가분쟁(ISD)이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심각한 후폭풍도 감안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영리병원 건립을 허가하고 법과 절차에 따라 지어진 합법적인 건물에 대해서는 행정이 이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2018년 10월 4일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조건부 허가' 결정에 강한 유감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조기 해산했다. 공론조사위원회는 기록화 작업을 추진해 백서 발간 후 해산할 예정이었지만 개설 허가에 따른 조치로 백서를 발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대한민국 영리병원 1호로 기록될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결정에 대해 “도민주권자의 집단지성이 선택한 고심의 결과를 폐기했다고 통탄해 했고,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 허가 결정에 강력 반발하면서 원희룡 지사 퇴진 운동을 공식 천명했다.

반면, 서귀포 헬스케어타운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제주도정의 영리병원 허가 결정은 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고 서귀포시민들의 민심을 배려한 선택이었고, 제주의 밝은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결정으로 제주도정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제주상공회의소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하도록 제한한 녹지국제병원 개설 조건부허가 결정을 존중하며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한 숙의민주주의의 방법 중 하나인 공론조사는 앞으로 민주주의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정책결정자의 판단에 따라 오히려 갈등의 양상이 확산되고, 숙의형 공론조사에 대한 신뢰도의 훼손으로 인하여 앞으로 숙의형 공론조사가 필요한 공동의 극복 과제를 해결해 가는데 부담의 요소가 발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녹지국제병원 공론화와 이후 양상(樣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어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와 공론화에 대해서 평가하고 숙의민주주의의 과제를 논거(論據)함으로써 숙의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자 한다.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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