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식 칼럼]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기대하며”

▲ 황의식 칼럼니스트ⓒ일간제주

숙의민주주의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기존 여론조사의 숙의성(Deliberation)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 결여라는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은 1991년에 미국의 퍼시킨이 「민주주의와 공론조사」에서 숙의를 거친 후 합의한 의사를 공론조사로 확인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공론화(公論化)란 공론조사를 포함한 일체의 숙의 과정을 통해 공론이 되게 하는 것을 뜻하며 공정성, 중립성, 책임성, 투명성을 4대 원칙으로 한다.

공론조사는 이상적 관점에서 충분히 정보가 제공된 여론(well-informed opinion)과 실제여론(public opinion)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것으로, 심의와 숙의를 거친 이후의 여론조사라는 뜻이다.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도록 무선 표집을 적용해서 참여자를 선정한 후,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학습자료 제공, 분임토의, 전문가 토론 등 기회를 주어서 참여자들이 ‘숙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론조사에서 전제 되어야 하는 조건은

첫째, 이해당사자의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참여와 발언기회의 확보가 보장되어야 한다. 공론장이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상호 토론기회를 제공할 때, 공론조사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수용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현대사회에서 이슈는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로 다루어지는 사안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공론조사 결과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일반 국민의 능동적인 참여와 상호간의 토론기회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공론화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정보와 지식, 그리고 논쟁을 일반 국민들이 공유하는 것은 공론조사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넷째, 공론조사 결과의 국민적 수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절차적 공정성이 담보될 때만이 상반된 이해를 가진 당사자들의 참여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고, 공론조사 결과에 대한 수용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공론조사 과정에서 전제되어야 할 조건과 공정성, 중립성, 책임성, 투명성의 4대 원칙을 지켜야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더불어 공론화 검증위원회의 공론화위원회와 위원회 활동에 대한 검증이 공개되고 문서화되어야 제대로 된 공론화가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활동 이후 백서를 발행하여 사료(史料)를 만듦으로써 공적 숙의 자료를 후대에 물려주어 숙의민주주의의 제도화에 기여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정책결정자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권고 이후 정책방향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필자는 현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으로 시작된 신고리 5 · 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제주영리병원 정책에 대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로 구성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의 구성 배경과 활동, 위원회 권고와 권고에 따른 정책결정자의 입장 표명, 검증위원회 검증보고, 백서 발간, 위원회 활동 이후 시민사회의 반응 등을 연이어 살펴보면서 숙의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자 한다.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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