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식의 경 해시민- [5]> ①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숙의민주주의로

▲ 황의식 칼럼니스트(現 제주시 노형동주민자치위원회 지역복지경제분과위원장)ⓒ일간제주

우리나라의 정치 체제(政治體制)는 중앙집권(中央集權)에서 지방분권(地方分權)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여러 가지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제2공항 건설, 녹지국제병원, 오폐수처리, 쓰레기 처리, 중앙차로제와 대중교통, 환경보전 등의 현안은 단기적으로 또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들은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하거나 제주도의회를 비롯한 시민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지방분권체제(地方分權體制)가 활성화되어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및 시민사회와 협의의 과정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방의회와 시민사회와 협의가 없는 지방정부의 일방적인 정책결정과 정책결정과정은 지방자치실현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대의민주주의의 성패는 지방의회의 순기능과 역할에 달려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순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게 된다.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는 국민들이 개별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정책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의민주주의는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유권자들의 정치참여가 줄어들고 정당정치가 활성화 되면서 위기가 고조 되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불만이 많은 민주주의자의 증가와 복잡한 정치적 의제들이 급증하면서 정치에 대한 불만과 혐오가 깊어지게 되었고. 대의민주주의는 투표율 하락과 정당일체감이 하락하면서 위기를 맞게 되었다.

대의민주주의는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의 실패로 미국의 금융위기나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을 맞추지 못해서 발생한 유럽의 재정위기, 적절한 수준의 산업구조조정을 제 때 하지 못해 일자리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국회의 비효율적인 싸움과 쪽지예산 만들기 등은 대의민주주의의 극명한 한계를 나타내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그에 따른 정책이 대량화되어 가고 있다. 국회는 대량화되어 지는 사회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정책과제는 복잡해지고 난이해 지고 있다. 365일 쉬지 않고 일하다 해도 시기적절한 정책을 다 만들지 못한다. 너무나 복잡해지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에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 진다. 시대에 맞는 제도가 되어야 하는데 제도가 시대를 따라가기도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는 '심의민주주의'라고도 불린다. 숙의민주주의란 숙의(deliberation)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형식이다. 이것은 합의적 의사결정과 다수결 원리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정책결정과정에서 공개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참여가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참여자들이 소통하는 숙의의 과정을 거쳐 정당성 있는 정책이 결정되는” 민주주의 형태이다.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는 deliberative democracy의 번역 용어로서 '심의민주주의'라고도 불린다. 숙의민주주의 또는 심의민주주의란 숙의가 되는 민주주의 형식이다. 이것은 합의적(consensus) 의사결정과 다수결 원리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숙의민주주의에서 법을 정당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단순한 투표를 넘어선 실제적인 숙의라는 점에서 전통적 민주주의 이론과 다르다.

숙의의 핵심적인 가치는 선호의 변경가능성에 있다. 숙의민주주의 이론은 숙의과정을 통한 의사결정이 민주주의적 정당성을 담보해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책임성과 정당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숙의 과정의 전환적인 힘(transformative power)에 의하여 숙의 참여자들이 숙의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체계와 선호를 변화시켜 나가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숙의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자신들이 제안한 해결책의 정당성, 효율성 그리고 능률성 측면에서 최선이라고 서로에게 설득하게 된다.

이러한 숙의의 과정을 거친다면 비록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표결의 결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숙의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결과의 정당성을 더욱 신뢰하게 되고 결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신속성과 능률성을 제고시킬 수 있게 된다. 대의민주의에서 실현하지 못하거나 정치적 걸림돌이 되었던 것을 숙의민주주의는 공론화과정을 통해 실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의 실현을 기대하며 필자는 칼럼을 이어가고자 한다.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숙의민주주의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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