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시인
귀뚜라미 소리가 까맣다

-김민수-

다 털어 낸 깻단 사이로 귀뚜라미 소리 까맣게 몰려와 외할머니
꾸부정한 얘기 서 말가웃 무쇠 솥 가득 차 오르던 시절
소나무 묵은 가지에 뿔 달린 도깨비가 살고
문둥이가 아이의 간을 빼 먹고 마을을 휘휘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아랫목을 뜨겁게 달구는 사이
무쇠 솥 밖 세상으로 쏟아지는 콩알만한 얼굴들 호호 불며
까맣게 삼키던 저녁
그 저녁이 떠나고
외할머니 꾸부정한 옛이야기 떠나고
귀뚜라미 소리
고향집 보일러실에다 제 소리만 남겨 놓고
눈부신 새벽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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