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산업과학고 인테리어디자인과 송희민

▲ 서귀포산업과학고 송희민 학생ⓒ일간제주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다른 아이들처럼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인문계고등학교 진학 후 3년 내내 공부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특성화고등학교인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 다니는 오빠 친구의 공무원 시험 합격 소식을 듣고 아버지께서 먼저 특성화고 진학을 권유하셨다. 나 역시도 막연하지만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인테리어디자인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입학하였지만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알아보니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하는 고민도 되었다. 그래도 수업시간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기초제도’나 ‘디자인일반’ 과목은 담임 선생님 과목이기도 하고 전공수업이어서 그런지 친구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로 학습 분위기가 좋았고 배움의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능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CAD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건축도면 그리는 법을 배웠다. 아주 흥미로워 열심히 연습했지만 2학년이 되어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아쉽게 입상하지는 못하였다.

공무원 시험을 볼 때 전공 관련 기능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고 하여 1학년 2학기에는 주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수강을 신청하여 친구들과 함께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2학년 때는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과 ITQ(정보기술자격)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격증은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여 비교적 계획대로 취득할 수 있었지만 공무원 시험 공부는 혼자만 해야 해서 2학년 때까지는 계획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것은 모집공고가 뜬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였다. 선생님이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라며 우리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건축구조’, ‘물리Ⅰ’ 교과서를 구해다 주셨다. ‘건축계획’은 학교수업이 있어서 교과서를 읽을 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건축구조’와 ‘물리’는 학교 교육과정에 수업시간이 없어 교과서를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과서를 들고 과학 선생님을 찾아가 여쭤 보아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건축계획’과 ‘건축구조’는 전공 선생님께서 모르는 부분을 틈틈이 가르쳐 주셨고 교과서를 반복하면서 지속적으로 읽어 나갔다. 또 선생님께서 주신 기출문제를 풀고 오답정리를 하며 내용을 이해해 나갔다. ‘물리’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과락을 하면 떨어지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물리를 전공하는 대학생 선배로부터 두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도움을 받았고 EBS 동영상 강의를 꾸준하게 들으며 계속 문제풀기를 반복해 나갔다.

공부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이 우리학교에 나 혼자 밖에 없어 같이 의지하고 공감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친구들이 힘내라고 응원도 해주고 기운도 불어넣어 주었지만 함께 공부할 사람이 없다는 건 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기도 하였다. 힘든 순간마다 선생님께서는 같이 공부하며 격려해 주셨고 그럴 때마다 다른 생각 안하고 공부에 더욱 집중하려고 노력하였다.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는 이제까지 공부한 ‘건축구조’ 내용을 총정리하면서 계속 읽고 메모지에도 적어 방 벽에다 붙여놓고 시간 날 때마다 읽고 또 읽었다. ‘건축계획’은 교과서를 계속 읽기보다는 여러 문제를 풀어보면서 내용을 이해하였고, ‘물리’ 과목은 지속적으로 기출문제 및 EBS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다. 시험 이틀 전에는 모든 과목의 목차를 적고 그 목차에 해당하는 내용을 떠올리며 마인드맵을 그려 내가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였고, 생각나지 않는 내용은 교과서를 보고 다시 한 번 더 확인하였다.

공무원 시험 당일에는 ‘준비한 만큼만 보고 나오자’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많이 긴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상 문제지를 받고 훑어보니 아는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아! 떨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지를 천천히 살펴보니 공부한 내용이 서서히 떠오르면서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모르는 문제도 있었지만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닌 것 같은 건 지우고 남아 있는 보기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 그렇게 10시간 같은 1시간의 시험을 치르고 나와 선생님 얼굴을 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떠올라 허무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아는 문제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1차 필기 합격자 발표 때 학교에서 다른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합격 공고를 확인하시고 ‘합격했다’고 전해 주시는데 내 귀를 의심하였다. 곧 합격자 명단에 수험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합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 모두 자기 일처럼 축하해 주었다.

2차 면접은 준비 기간이 짧아서 선생님들과 실제 면접처럼 진행하며 연습하였다. 면접은 필기시험보다 훨씬 많이 떨렸고 면접을 보고 나와서도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합격하여 공무원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다보면 당연히 학교생활보다 더 힘든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공무원 시험 합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끈기 있게 질주해 온 것처럼 지혜롭게 극복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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