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외도동주민센터 한은지ⓒ일간제주

오늘도 점심을 먹으러 간다. 상사가 ‘짜장면’을 주문한다. 상사의 취향과 식당주인이 ‘여러 음식을 시키면 늦게 나올 수 있다.’는 은근한 압박으로 그날은 모두 짜장면을 먹는 날이 된다. ‘간짜장’을 먹고 싶었던 내 취향은 오늘도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의 개성을 무시하고 한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의 경쟁에서 살아왔다. 공공기관 또한 다를 것이 없었다. 도로를 개설하면서 토지주의 동의를 받기도 전에 착공에 들어간다. 지역주민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도시계획선이 그어지고 제도가 바뀐다.

이렇듯 시민을 계도의 대상으로 보며 일방통행과 과속행정을 일삼은 결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공공성은 33위(2014년 조사), 정부신뢰도는 32위(2016년 조사)로 최하위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렇게 무너져버린 국가 공공성과 정부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이는 ‘혁신적인 정부는 정부 내부에서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는 지난해 OECD가 펴낸 정부혁신 트렌드 분석 보고서와 맥을 같이한다고 보인다.

혁신의 시작은 정부운영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가 개발과 성장 중심이라면 앞으로는 사회통합·환경·복지·안전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공공데이터 공개 등 칸막이 없애고 효과성, 공정성, 청렴성 등을 높이고 불합리한 낡은 관행을 버리는 것이다.

작은 길 하나를 내기 위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또 수렴하여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는 미국을 바라보며, 독불장군처럼 ‘나는 짜장’을 시켰으니 모두 짜장을 먹어야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는 지름길임을 알았으면 한다.

이제 잠시 뜨거운 아스팔트위의 속도경쟁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고 참여하며 더디게 가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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