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면사무소 문현기ⓒ일간제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주민들은 매년 음력 3월15일이면 열녀 고씨의 절개를 기리기 위하여 용수리 포구에 위치한 엉덕동산 입구에 제단을 차리고 절부암제를 봉행하고 있다.

절부암제는 1867년(고종4년) 판관 신재우가 절부 고씨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바위에 절부암을 새긴 후 마을주민들이 이를 위로하는 제사를 매년 음력 3월15일에 지내면서 시작되었다.

절부암은 용수리 포구의 아름다운 경치만큼이나 남편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야기인즉슨, 조선시대 용수리에 살던 고씨는 열아홉의 나이에 어부인 강사철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이 부부는 비록 가난하였지만 화목하고 부지런하여 행복과 꿈에 부푼 나날을 보내던 중 남편 강사철이 겨울철 농한기에 생계에 보태려고 죽세공품을 만들기 위해 차귀도에 가서 대나무를 베어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하여 실종하게 된다. 이에 아내 고씨는 식음을 전폐한 채 슬픔에 잠겨 있다가 남편의 시신이라도 찾아보겠다고 헤매고 다녔지만 끝내 찾을 수 없게 되자 남편의 뒤를 따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용수리 바닷가 엉덕동산에 목을 매 숨지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그 뒤 3일 만에 남편의 시체가 부인의 목매었던 언덕 아래로 떠오르게 되고, 이를 보고 듣는 사람들은 중국 한나라 때 조아의 포시에 견줄만할 일이라고 칭송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절부암에 얽힌 조선시대 여성의 지조와 정절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사람마다 다소 간의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 유교적인 지조와 정절을 무조건 따르자는 이야기는 아니며, 열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데이트폭력, 젊은 세대들의 인스턴트식 사랑 등 쉽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요즘의 세태에 대하여 절부 고씨의 사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절부 고씨의 남편에 대한 사랑,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 봤으면 한다.

오는 4월30일이면 한경면 용수리 주민들은 절부암이 우리에게 전하는 열부 고씨의 순애보룰 어김없이 기억하며 정성껏 제단을 만들어 놓고 아름다운 사랑의 축제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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