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훈 가시마시 파견공무원

   
▲ 김희훈 가시마시 파견공무원
서귀포시와 자매도시인 일본의 가시마시는 인구 65,000여명의 작은 농촌형 도시로 도심이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도시기반시설도 우리시와 비교해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마을안길은 대부분 1차선의 좁은 도로이고, 도심에 자전거도로를 겸한 인도는 걷다보면 중간에 좁아지기도, 없어지기도 하는 곳이 많다. 이런 열악한 도시기반시설에도 도심은 혼잡하기는커녕 자전거의 속도만큼이나 차분하고 질서가 있다. 이유는 우리에게 있는 세 가지가 이들에겐 없기 때문이다.

첫째는 대문이 없다.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선 단독주택에는 대문대신 주차장을 만들었다. 소유한 자동차의 수 만큼이다. 울타리는 낮은 담장에, 때로는 담장 없이 조경수를 심었다. 그리고 골목에는 차를 주차하지 않는다. 주거지역이 조용하고 산만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자동차가 없다.
도로상에 세워있는 차를 좀처럼 볼 수가 없다. 노선버스를 제외하고는 도로상에 정차를 거의 하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갔는데도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 손님을 내려준다. 운전자 스스로가 교통의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는다는 배려와 질서의식, 그리고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상가에도 손님들이 이용할 주차공간이 언제나 비어있다. 손님이 주차문제로 인해 불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영업이 끝나면 주차장은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없도록 막아버리는 냉정함도 있고, 절대로 공짜가 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셋째는 교통경찰이 없다.
불법주차가 없다. 교통흐름도 원활하다. 도심에서 교통경찰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주민들이 수요를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이들은 자기에게 이렇게까지 지독하리만큼 철저한 것일까?
주차장이 있어 편하고, 불법주차를 하지 않아 자유롭다. 그리고 질서가 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까닭이다. 남을 포함하는 자기가 행복한 일상.... 이제는 굳어버린 이들의 생활습관이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들어온 “거지가 없고, 대문이 없고, 도둑이 없다.”라는 제주의 삼무(三無)는 물리적인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자연환경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더 가깝다. 이제 우리는 생활 속에서 자율과 제도를 통해 무엇을 미래의 삼무(三無)로 자랑스럽게 내세울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때이다.

가시마시의 삼무(三無)는 불편할 것 같은 생활공간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만들어내는 생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앞부분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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