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전전긍긍' 정치권 어디까지 집어삼키나…긴장의 여의도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ME TOO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 토론회. 2018.2.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치권 미투(#MeToo) 운동이 이어지면서 안희정 충남도지사 성폭행 의혹까지 불거져 나오자 6일 여의도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성폭력 의혹에 연루된 다른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제2, 제3의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국회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공간인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이날 오전부터 다른 성폭력 의혹에 대한 익명 폭로도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안 지사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익명 폭로 글이 간헐적으로 올라오고 있던 상황이다.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은 '회관 남자 전반에 대한 #MeToo'라는 제목의 익명글로 의원회관 내 분위기를 폭로했다.

이 직원은 "얼평, 성희롱, 성추행은 그들에게 일상"이라며 관련된 여러 사례들을 열거했다. 또 "간단한 반주 말고 밤 늦게까지 얘기하며 쎄게 술먹자는 사람들은 대부분 쓰레기"라며 강도 높은 비난도 남겼다.

특히 이 직원은 과거 한 비서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얼마든지 신고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다"며 "그 비서관의 인맥이나 영향력이 두려웠고 조사를 받으면 회관에 기자들의 내부보고용 카톡 혹은 경찰 정보과 발 찌라시가 돌 수도 있는데 신원이 밝혀질 것이 두려웠다"고 적었다.

또 다른 직원은 '미투' 태그를 달지는 않았지만 "당 현수막에 뭐? 미투운동을 지지합니다? 웃기지 마라. 의원님, 우리 방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나 있으세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충남 홍성군 홍북읍 충남도지사 관사. /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안 지사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직전인 지난 5일 오후에는 국회 모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는 비서관이 여의도에서는 최초로 '실명 미투' 글을 게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보좌관이 현재 근무하고 있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은 이튿날인 6일 곧바로 이 보좌관을 면직 처리했다.

채 의원은 "상황이 일어날 당시에는 보좌관이 우리 의원실에 근무하지 않았었다"며 "하지만 저의 보좌관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피해자에게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정치권 미투 운동이 계속해서 커지면서 여의도 안팎에서는 이날 오전 중 또다른 정치권 인사들의 실명이 포함된 소문이 계속해서 돌고 있다.

또 일부 여성 보좌진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폭로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의원회관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여성 보좌진은 "회관 내에서도 이런저런 소문이 돌고 있는 사람들이 왜 없겠느냐, 내가 들은 것만 해도 엄청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생계형 보좌진도 많고 해고도 쉽고 인맥으로 얽혀 있는 회관 특성상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분위기가 조성되면 조금씩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보좌진은 "줄줄이 사탕으로 다 엮여 나오면 빈 방이 많아질 것"이라며 "어디까지 가는지 같이 지켜보자"고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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