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 원장의 마음건강칼럼 - [5]

▲ 김용규 심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일간제주

가족은 많은 심리적인 문제와 다툼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심리적 안정과 회복의 장이기도 하다. 심리치료를 하다보면, 내담자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아픔을 떠올리며 말할 수 있을때 정신건강의 문제로부터 회복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편안하고 행복했던 가족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어려움과 고통을 겪더라도 잘 극복해 내는 것 같다.

평창올림픽 개막은 무척 화려했고 세계에 수많은 손님들의 방문으로 온나라가 북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쟁에 대한 위협도 느끼지만 어쨌든 세계인의 잔치이니 잠시 긴장을 내려놓고 즐길만도 할 것 같다. 이번 올림픽 기간 중에는 설날도 함께 있어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처럼 즐거운 설날에도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런 시간이 되기도 한다. 명절의 먹거리와 차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사 노동이 가중되는 시간이고 이러한 가사 노동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여성들은 심한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겪는 일이 많다. 친,인척들을 만나야 되는 젊은이들에게는 누구 누구가 더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다거나 결혼을 했다는 말로 나만 혼자 뒤쳐지는 듯한 느낌으로 마음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가족 간에 잘잘못을 다투다 보니 가족간의 갈등도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왜, 행복해야 하는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가족의 위계 질서와 권위 의식이 들어가 있으면 명절에 대한 고통이 더해지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단순한 가족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아들이나 딸로서, 며느리나 사위로서 아버지나 어머니로서, 역할을 강조하게 된다. 이로 인해 마땅히 해야할 도리를 따지게 되고, 책임을 묻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책임의 경중을 따지며 다투게 되는 경향이 있다.

행복한 새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가족은 스트레스의 근원이 아니고 힐링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선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아무리 명절이 부담스러워도 명절을 맞이하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는 누구나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우리 마음의 본능과도 같다. 고향과 가족 안에서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히 쉬는 공간이며 위로와 격려를 통해 나의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한 새해가 된다.

다음으로 우리가 어디에 연결이 되어있는지를 명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로, 학교로, 기타 사회활동으로 집을 떠나 있지만 명절이 되면 내가 연결되어 있는 본연의 자리로 가야 한다. 나는 본래 혼자가 아니며, 누구의 아들이고 딸이며 누구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며 위로와 평안을 얻어야 하고 앞으로 괴롭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될 수 있음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러한 때, 내가 살아가는 것이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도 된다.

이번 명절에는 모두에게 최고의 명절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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