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여건 만들어 성사" 답변…북미대화 촉구도 靑관계자 "한반도 둘러싼 환경·여건 무르익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청와대) 2018.2.1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강경한 대북기조로 인해 벽에 부딪혔던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구상'과 '북미 중재외교'가 남북대화의 진전으로 다시 활로를 찾은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자신의 여동생이자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전격 요청했기 때문이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인 미국이 '비핵화'라는 북한과 대화의 전제조건을 고수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특사'라고 밝히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한 뒤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어진 오찬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님을 만나서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라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고위급 대표단 파견에 이어 문 대통령에 대한 방북 요청까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진도가 빠르게 나아가는 형국이다.

남북관계의 이같은 빠른 회복은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라는 넘기 어려운 장애물을 만난 문 대통령의 '평창구상'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물꼬가 터진 남북대화 분위기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대화로 이어가겠다는 '평창 구상'을 제시해 왔고,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방문한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한 자리에서 조우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하는 등 '북미 중재외교'를 위한 노력을 펴왔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온 펜스 부통령이 북한 인권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가 하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리셉션에 참석했다가 5분 만에 떠나는 등 북미간 조우조차 피하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평창구상'과 '북미 중재외교'는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펜스 부통령을 통해 확인된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는 앞으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넘어야 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비핵화는 어떤 변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펜스 부통령)며 선(先) 핵포기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자'라고 언급한 데 이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당부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10년 만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이라서 성과 있고 의미 있게 이뤄지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과 분위기, 여건이 같이 무르익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언급에 대해선 "두개의 축이 굴러가야 수레바퀴도 같이 가는 게 아니겠느냐는 의미에서 말씀하신 것이다. 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날 문 대통령의 답변 의미에 대해 "(방북요청에 대한) 수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가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직접 나서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은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다. 있는 그대로 해석해 달라"고 한발 물러선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관련 언급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별다른 언급 없이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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