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축제 답습·행정 무관심·불법체류 사건 등 의미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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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01년 제2회 세계섬문화축제의 명암

제2회 세계섬문화축제는 ‘섬과 대륙의 공존’이란 모토를 갖고 2001년 5월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30일간 27개국 35개의 섬이 참가한 가운데 축제가 시작된다.

세계 속의 제주를 강조하면서 국제관광지로서의 인프라와 문화교육을 강조하면서 섬지역과 대륙의 도시들이 교류하는 제주를 강조하는 취지는 축제 개최의 의미를 더욱 크게 했다.

개막행사는 대륙과 섬의 공존을 강조하면서 브라질의 삼바춤 공연과 베트남의 들소뿔춤, 발리의 전통 결혼식이 소개되고 살사춤을 선보였다.

축제 주최 측에서는 100백만 관광객 유치를 내걸 정도로 과도한 관광 위주의 목표만을 제시하는 풍선효과의 위험을 노출한다. 하지만 5월 21일 비가 오자 대회장에 빗물이 고여 대회장을 전면 휴장 됐으며 관람객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을 정도로 축제의 관리·운영 자체가 수준 이하 상황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관람객 수가 5월 22일에는 2090명, 23일에는 2954명, 24일 4890명으로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와 비교해서도 저조한 관람객 수를 보였으며 유료 관람객도 전체 관람객의 절반 이하인 47%로 사실상 축제의 열기는 완전히 식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축제 활성화를 위해 입장료 대폭 할인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언론기관 등의 지적에 따라 입장료를 대폭할인 했음에도 관람객 수가 늘지 않았고 축제의 재미도 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이 5월 29 파기스탄 가짜 섬축제 공연단 18명이 ‘모노라 섬공연’을 하겠다고 입국했다가 도망간 사건을 발표하는 일이 터지고 만다. 당시 언론에서는 세계섬문화축제가 세계적으로 망신을 사고 있다는 보도를 하는 등 섬문화축제를 둘러싼 도민사회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조사결과 조직위가 파키스탄의 가짜공연단이 공연 신청하니까 검증 없이 초청을 했고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들이 도망가서 들통이 난 후에야 알게 되는 등 조직위가 파키스탄인들에게 속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사실상 개장휴업 중이었던 축제장에는 아예 관람객들이 찾지 않았으며 축제장내의 식당과 기념품 판매점 등은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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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함에도 축제는 그냥 폐회식 날까지 계속 이루어진다. 6월 17일 오후 2시 폐회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5개의 섬축제 공연장에서는 하롱베이와 뉴질랜드 전통 춤의 공연을 끝으로 말썽 많은 섬문화축제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축제는 마무리 되지 못한채 법정싸움으로 비화한다. 세계섬문화축제 조직위와 대행사가 세계섬문화축제의 손실을 둘러싼 책임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고 결국은 법정으로 가게 됐다.

2004년 2월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원고인 기획사는 2001년 5월 열린 섬문화축제 수익이 40억원에 미달할 경우 그 미달액을 조직위에 주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조직위에 책임이 있다”며 원고가 배상할 손해배상금을 50%로 감액하는 판결을 했다. 그러자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한다. 2004년 12월19일 항소심은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1억9011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제2회 세계섬문화축제가 끝난 지 15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제주발전연구원은 세계섬문화축제의 실패원인을 무리한 목표 설정과 민속공연(댄스)에 치중과 전문기관 및 인력 부족, 축제장소의 잘못된 선택, 도민의 공감대 부족 등을 제기했다.

너무 늦은 평가였지만 대부분 동의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 하나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가 세계섬문화축제 개최의 지속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축제는 무책임하게 실행했다는 점이다.

제1회 축제는 기간을 27일로 계획했지만 10일 이상 축제를 하지 못했으며 법정다툼까지 가는 상황을 경험했음에도 제2회 축제는 오히려 기간을 30일로 늘려 잡았으며, 대륙문화와의 교류를 넣었는데 소개할 대륙문화의 내용은 없이 축제를 기획하고 홍보했다는 점은 행정의 무책임 그 자체여서 비판을 자초한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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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5월 제2회 대회는 ‘섬과 대륙의 공존’으로 주제는 바뀌었지만 그 내용을 채워낼 수가 없었고 기본적인 관리역량도 없어 개점휴업 상태인 채로 운영되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제1회 축제는 야외에 전용공연장부터 마련하는 무리수를 뒀지만, 제2회 축제에서도 전용공연장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축제를 개최한 점 역시 그렇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섬문화축제의 실패로 행정기관이 축제에의 자신감 상실과 불신을 드러낸다. 2001년 12월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개최지는 전통문화축제를 해내야 하는데 제주도는 세계섬문화축제의 충격으로 아예 축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대한 대안으로 제주대학교 섬연구소가 제주잠녀의 문명사적 가치로 한국학술재단의 용역에 선정되었는데, 이 해녀연구를 바탕으로 세계해녀축제가 유력한 대안이 됐다. 해녀축제를 선택할 때, UNESCO 한국위원회의 축제에 대한 보증으로 세계ᄌᆞᆷ녀학대회를 공동으로 하는 방안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게 돼 세계해녀축제가 사계리에서 개최됐다.

제2회 세계섬문화축제는 행정이 축제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면서 섬문화축제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로 무력감을 보여준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2005년 제주도는 세계섬문화축제를 지속할 지 여부를 몇 년간 연구하였지만 두 번의 실패에 대한 극복방안이 없어서 아예 세계섬문화축제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결국은 포기하고 만다. 2006년 대체 축제의 하나로 2002년의 세계해녀축제를 이어서 해보라고 필자가 권유해 봤으나 행정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섬문화축제 노이로제의 충격은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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