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기획사 등의 불협화음으로 축제 몸통까지 묶는 결과 초래

[기획 : 바람직한 세계 섬문화축제의 방향]

[편집자 주]세계 섬문화축제는 ‘21세기 해양시대를 열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사전 준비부족 및 조직위와 기획사의 갈등, 축제기간의 문제 등으로 두 차례의 축제를 끝으로 중단됐다.

그러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후반기 ‘문화예술의 섬’ 추진 정책으로 제주세계섬문화축제 의 부활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세계섬문화축제는 1차 여론조사에서 81%의 찬성을 보였지만 2차 여론조사에서는 54%로 떨어지고 문화정책자문기구인 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지방선거 이후로 논의를 미루자는 의견이 제시됨으로써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민공감대 및 준비기간 부족으로 축제 성공 어려움, 지방선거 논란 초래 예상으로 2018년 지방선거 후 개최 여부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따라 본지는 세계섬문화축제가 어떤 배경으로 시작되고 명암, 그리고 축제의 성공가능성, 바람직한 축제 방향 등에 대해 진단해 보고자 한다.

이 기획에는 세계섬문화축제를 지켜봐 온 고창훈 제주대 명예교수와 이경원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가 대표로 집필을 하고 섬 연구와 자치행정을 수강하고 있는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행정학과 대학원생들이 현장학습을 통한 좌담회 등을 통해 참여한다.

▲ ⓒ일간제주

2. 1998년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의 명암

1998년 7월 18일 신구범 행정이 기획한 세계섬문화축제는 새로 당선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맡아서 진행한다.

우 지사는 조직위원장에 제주출신인 김영식 전 통일부 차관을 임명하고 제주시 오라관광단지에서 25개국 28개 섬이 참가한 가운데 ‘21세기 해양시대를 열자’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워 ‘고립(Solitude)의 시대를 마감하고 연대(Solidarity)의 시대로 나아가자’를 주제로 27일간 (7.18 ~ 8.13)의 축제를 시작한다.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는 우 지사의 환영사와 타히티 자메이카의 축하공연으로 그들의 토속무용, 제례의식과 전통음악이 패티 김의 빅콘서트와 어우러지면서 새로 마련된 오라동 무대에서 의욕적인 출발을 한다.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는 지역관인 태평양관, 지중해·아프리카관, 남미관 등 3개관이 설치되고 주최국의 한국관이 문을 열어 참가 섬과 제주의 민속 춤 등을 공연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침으로써 축제에 대한 도내외의 관심은 기대이상으로 높았지만 조직위의 운영미숙은 여기저기서 나타나면서 축제에 대한 불만도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축제장을 정비하는데 힘을 소모하면서도 제주시 및 서귀포시 시내와 축제장의 셔틀버스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축제 참가자의 불평이 나왔다.

또 조직위와 축제 대행사 간 식당 스낵바 운영을 놓고 불협 화음이 일어나면서 서로 계약위반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 ⓒ일간제주

축제의 구성이 민속춤 일변도라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전체 참여자의 수가 15만5000 명(외국인 5000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섬문화축제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는 좋았다.

아프리카 잔지바르의 춤은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으로 추수의 기쁨을 노래하는 내용의 춤을 선보였는가 하면 말레이시아 페낭은 사람들 간의 우정을 기리는 ‘붕가맨서’라는 춤으로, 하와이는 섬데이라는 전통춤으로 섬사람의 미래를 꿈꾸는 민속을 관중에게 선보이면서 박수를 받는다.

7월 26일 주말에 비가 쏟아지자 조직위는 대응을 못해 행사를 중단하고 식당가는 운영이 어려워 적자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게 돼 7월 30일 결국 3자간의 계약위반으로 서로 비난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7월 31일 조직위는 민속관의 무료개방을 결정하는데, 이로 인해 조직위와 축제 대행사는 운영수익을 둘러싼 갈등을 그리고 식당가는 상표권을 갖고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후는 개점 휴업의 축제로 진행되더니 8월초 예정보다 빨리 축제를 폐막하는 상황에 이른다.

25개국에서 참가한 모든 섬들은 크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개막 후 자신들의 섬 공연을 전후에 조직위에 기증했다.

호주의 타즈메니아 그리스 크레타 필리핀 팔라우 등은 전통 배를 선물했고 오끼나와는 사자상을 선물한다.

조직위는 세계섬문화축제 외국 참가팀이 기증한 선물이 자신들 섬 고유의 상징적 물건이어서 이를 박물관에 모아 두었다가 전시회를 하겠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조직위와 기획사 그리고 식당운영자들의 갈등이 터져 법정다툼으로 가면서 축제 때 선물관리는 물론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의 평가와 정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못하는 용두사미의 축제로서 오점을 남겼다.

2008년 8월 세계섬학술대회 참가한 호주의 영화감독은 타즈메니아 섬이 선물한 전통배의 행방을 물었는데, 제대로 보관하는 곳을 수소문 하였지만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확인하지 못한다.

▲ ⓒ일간제주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는 해양시대의 도래를 기원하는 축제로서 섬 문명의 어제와 오늘을 반추하고 내일을 전망하는 섬 문명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는 인상적이었다.

2014년 9월 사모아에서 열린 제3회 UN 작은섬의 지속가능한 발전회의에서 사모아 공화국의 많은 사람들이 1998년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기억하면서 제주대표단에 세계섬문화축제의 재개최를 요청하였다.

2016년 9월 하와이 세계환경보존 총회에서도 하와이 대표와 아프리카 대표들이 1998년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 참가가 의미가 있었다고 말 할 정도였다.

이는 섬의 관점에서 섬의 민속문화를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소외된 섬 문명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전망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섬의 비전을 창출할 수 있는 국제기구와 축제가 같이 가거나, 섬의 문화를 특화할 수 있는 일상의 철학이 필요하다.

제주 올레 10년이 보여주는 것은 마을단위의 일상을 소중히 간직하면서도 세계인과 함께하는 섬문명의 일상을 중시하는 철학에 있다.

오끼나와가 같은 시기 이러한 축제를 준비하였는데, 제주도가 한발 먼저 축제를 개최하여 해양문명과의 연대를 표명한 일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6개월의 준비기간으로 전용무대 구축의 무모함과 민속춤 일변도로는 일주일 정도의 축제가 타당했는데 27일의 공연을 진행하다보니 축제가 시작된지 일주일만에 주최측은 행사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관객들은 식상하게 돼 섬 문화의 다양성을 정교하게 관중에게 전달하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축제 전반을 통해 제주도의 핵심적인 민속축제를 키우거나 현대화시켜나가는 노력이 없어 대표적인 민속춤의 개발이나 공연이 없어 속빈 강정일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5년의 계획과 마을단위로 제주의 고유의 것을 키우는 마을 중심의 접근이 절실했다.

특히 기존의 무대를 사용하면서 기획사나 음식점 경영자 모두에게 이익이 가는 운영전략을 썼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오라동에 전문 축제장을 짧은 시간에 만들다 보니 여러 가지 무리가 뒤따랐다.

결국 예산확보의 욕심과 축제는 벌려놓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행정조급주의가 결합하면서 축제의 발목만이 아니라 몸통까지 묶어 놓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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