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시인
구멍의 힘

-김민수-

뻘밭 주변 게구멍을 찾아 기웃거리던 예닐곱 살부터 구멍이 있던 자리는
흙들이 동그랗게 모여 제 살을 단단히 물고 서로 힘을 주고 있음을 알았다.
그 뭉쳐진 힘이 뼈처럼 단단해진 흙덩이를 만들고 제 몸을 둥굴게 말아
빠져나왔음을 알았다.

내게도 둥굴게 빠져나온 구멍이 있던가
순간 어머니의 주름진 뱃살 밑이 궁금해졌다.
일곱 마리 게들이 질척이며 기어 다닌 구멍

아득하다
자꾸 바람은 물풀의 허리를 부러뜨리며 휘청거렸다.
빠져나온 자리에 돋아난 상처가 주름이 된다.
주린 배에 생긴 일곱 개의 그늘 밑으로
일곱 남매의 아우성이 구멍을 지킨다.

구멍은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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