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진피 직접 까던 직원들, 크라우드펀딩 7억 모금하기까지

▲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 ⓒ일간제주

“맥주에서 감귤향이 나”
제주맥주가 크래프트 맥주계에 도전장을 던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편견 이전에 새로운 로컬 맥주로서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일반 맥주와는 다른 차별성과 희소성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제주맥주의 첫 맥주인 ‘제주 위트 에일’은 감귤 진피가 주 재료로 깔끔한 목넘김과 은은한 향이 소비자들을 잡아끌었다. 기자간담회에 이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열었던 제주맥주 집들이 행사에서도 저마다 맛있다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 11시간 만에 목표 금액 7억원을 초과달성한 제주맥주를 이끌어가는 문혁기 때표는 뉴욕과, 제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갓 30대 중반에 들어섰을 법한 젊은 대표의 눈빛에서는 제주맥주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차 있었다. 매일 눈을 떴을 때 재밌는 일을 하고 있다는 문 대표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이하 1문 1답.

■ 굉장히 젊으시다. 처음 외식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 제가 2000년도 초반 식당에 방문해 화장실 등을 살균 소독하는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KFC, 스타벅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TGI FRIDAY 등 패밀리 레스토랑 등 1500개 매장을 관리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외식 회사의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고 FNB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수백 곳을 돌다가, 음식과 맥주의 페어링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브루마스터가 이끌고 있는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맥주를 만나게 됐다. 그리고 크래프트 맥주의 다양성과 철학에 매료됐고,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될 거라는 비전에 공감했다.

또 맥주를 문화로 풀어간다는 방식이 어우러져 크래프트 맥주를 마신 사람들이 대형 맥주 회사의 맥주를 더 이상 찾지 않는 현상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래서 내가 먼저 브루클린 브루어리에 자매 양조장을 제안했다.

■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을 평하자면?
- 크래프트 맥주는 틀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것을 하면 된다. 소위 말해서 오비나 하이트같은 정형화 돼 있는 맥주를 기대하는데, 크래프트 맥주회사는 커피를 좋아한다면 커피향이 나는 맥주를 끓일 수 있고,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파인애플을 넣는 시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서는 작은 생산시설을 갖고 있지만, 희소성과 가치성은 그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크래프트 맥주는 재료나 가격대 등 모든 게 열려있다. 사람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맥주 시장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제주맥주가 일반 소비자에 열었던 집들이 행사 당시 모습. ⓒ일간제주

■ 맛을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왜 제주도에서만 유통하는가?
- 크래프트 맥주는 단순한 마실 거리가 아니라, 경험과 기억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문화다. 사람들이 특별한 경험을 찾기 위해 제주도에 왔을 때 제주맥주를 만나고,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를 대표하는 감귤 진피를 주 재료로,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공급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춘 제주도에 양조장을 지었다. 그리고 현재는 제품의 신선도 관리 및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위해 제주도 내 위주로 유통을 시작한 상태다. 앞으로는 편의점 등에도 유통돼 더 많은 이들이 제주맥주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제주에서만 유통을 하면서 수익성 확보 방법이 있나?
-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양적 목표를 설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올해는 제주에 관광을 온 사람들이 어디서든 제주맥주를 한번씩 만나고 돌아갈 정도로 제주도 내에 유통을 시키는게 목표다. 초기 반응과 지속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수치적인 계획을 잡아가려고 한다.

■ 제주맥주의 청사진을 듣고 싶다.
- 제주맥주는 세계적인 수준의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와 양조 기술을 가진 회사다. 30년 노하우를 보유한 뉴욕 판매 1위의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양조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맥주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첨단 설비의 양조시설을 구축했다.
제주시 한림읍에 설립한 제주맥주 양조장은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맥주 설비 컨설팅 회사인 비버베브(beerBev)가 설계를 맡았으며, 맥주 양조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인 브라우맛(Braumat)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제주맥주는 일관된 고품질의 크래프트 맥주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크래프트 맥주 대중화 앞장 설 것이다. 아울러 좋은 맥주로써 국내에 새로운 맥주 미식 문화를 창조하고 공유하는 것이 목표다.

■ 주식형 크라우드펀딩을 모집해 7억원을 11시간 만에 달성했다. 이를 실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 제주맥주는 제주맥주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기업의 주주로서 우리나라의 첫 맥주 미식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했다. 소비자 주주들은 이를 통해 제주맥주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물론, 가치를 공유하는 제주맥주의 팬이자 가족으로 저희의 가장 큰 성장 원동력이 돼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 ‘제주 위트 에일’의 후속작이 궁금하다.
- 개인적으로 제주도 내에서 생산되는 애플망고를 접목해보고 싶고, 백련초를 이용한 맥주도 만들어 보고 싶다. 또 맥주 발효에 필수조건인 홉을 직접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지 여부도 따져볼 참이다.

앞으로도 1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유럽과 국내 양조 전문가들과 함께 제주의 원료를 활용한 특색 있는 맥주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느낀 것을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어떤 일을 하던지 마라톤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생각보다 암초들이 많기 때문에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지 확신을 가지고 달려야 한다. 그럴 때 일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슴 뛰는 일을 해야 중간 중간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야겠다. 삼성그룹의 이병철 선대회장의 말씀 중 사업 시작 시 필요한 돈보다 세 배 이상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돈과 시간이 더 들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견딜 수 있는 심지가 있어야 한다.

나 또한 주변에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제품을 내놨고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 제주맥주 양조장 1층에는 제주맥주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글귀가 적혀있다. ⓒ일간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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