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공소장서 특검 '오류'…3차 독대 시기 결국 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5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8.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2016년 2월15일 서울 삼청동 청와대 안가에서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른바 '3차 독대' 마지막 퍼즐이 풀렸다. 지난 4일 열린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52차 공판에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일(월요일) 결심공판을 남겨둔 이날 오후 2시 재판부에 이부분 공소장 일부 변경을 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장 내용의 오류를 인정, 변경을 허가했다.

이날 특검이 바로잡은 오류 중 가장 큰 것은 '3차 독대'의 시간이다. 특검은 공소장에는 물론 지난 50차례 넘는 공판에서 3차 독대의 시간을 '오후'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등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가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기억을 근거로 당시 독대는 오전 10시30분에 이뤄졌다고 주장해 독대 시점을 두고 특검과 삼성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삼성 변호인단이 '오류'라고 꾸준히 지적해 왔던 부분이 결국 수정된 셈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특검 측이 제출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받아들였다.

이날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 독대 시간과 관련) '2016년 2월15일 오후'로 기재된 부분에서 '오후'를 삭제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공소장의 '대통령이 최순실로부터 건네받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업 계획안을 직접 (이 부회장에게)전달하였고'라는 부분에서도 '직접'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공소장에서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 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금액도 213억원에서 실제 지급됐던 돈(77억9735만원)을 제외한 135억265만원으로 수정됐다.

특검 측은 △승마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후원금 등 크게 세 가지를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3차 독대한 자리에서 영재센터 사업계획안을 직접 건넸다고 보고 이를 뇌물수수 합의과정이라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계획안이 든 서류봉투를 직접 받았는지 여부는 이 부회장이 영재센터 설립에 관여한 정도를 판단하는데 중요 쟁점이다.

실제 만남은 오전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장에는 오후로 기재됐다는 부분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 때부터 논란이 돼 왔던 사안이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삼성 서초사옥 출차기록과 삼성이 두 차례 청와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청와대 안가 출입기록을 재판부에 제출, 독대 시간을 오후가 아닌 오전 10시30분으로 바로잡는데 성공했다.

또한 특검 측은 공소장에서 대통령이 최순실로부터 건네받은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이 부회장에게 직접 전달하며 '후원해 달라고 말했다'고 기재한 부분을 '말했다'에서 '요구했다'로 변경했다.

변호인단은  기초사실인 '시간'조차 특검이 틀렸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 부회장이 서류봉투를 직접 받지 않았고 따라서 이는 곧 뇌물수수 합의 과정도 없었음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최순득씨 자택 앞에서 국회 경위가 동행명령장을 들고 최씨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최순득씨가 집에 없어 동행명령장을 전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2016.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朴이 이재용에 줬다는 영재센터 서류…10분만에 강남→삼청동 도착?

시간 오류는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영재센터 서류를 받았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변호인단이 확보한 출차 기록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차량이 대통령 안가에서 나온 시간은 독대 당일 오전 11시8분이다.

또 그동안 서증조사에서 나온 진술과 통화기록 등을 종합하면, 3차 독대 당일 오전 9시55분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가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출력한다. 이후 퀵서비스를 통해 이 서류는 최순실 측에 보낸다. 계획안이 처음 출력됐고 이후 퀵서비스를 통해 계획안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최씨 측에 전달됐다. 특검은 그동안 재판에서 장시호가 퀵서비스로 보낸 서류를 최순실의 운전기사 방모씨가 신사동 미승빌딩 근처에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그 시간은 오전 10시59분. 이는 특검이 제시한 통화기록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이후 서류는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에게 전달,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각은 이미 이 부회장이 오전 10시30분 삼청동 안가에서 면담을 시작했을 때다. 이 부회장은 당시 독대가 30~40분간 진행됐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의 차가 안가를 빠져나온 시간은 오전 11시8분. 오전 10시59분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었던 서류가 10여분만에 청와대 근처까지 도착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서류봉투를 받은적이 없으며, 영재센터 후원에 관여할 가능성이 애초부터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오후 2시쯤 독대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검팀은 "누구도 독대시각을 기억하지 못해 우리도 궁금하다"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물으니 '오후 3시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독대했으니 오후 2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시간오류를 인정한 특검은 서류봉투를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다만 '직접'전달했다는 부분에서 '직접'이라는 단어를 들어냈다. 시간을 따져보면 봉투 전달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특검 측은 "오전 11시8분에 안가를 빠져 나왔다는 삼성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출차기록 또한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다만 공소장에서 '직접'이라는 단어를 빼 전달됐다는 사실만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취지를 사업계획서가 든 봉투를 대통령이 안가에서 이재용에 직접 전달했거나 혹은 독대 후 안종범 전 수석이 이재용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포함하는 의미라고 보면 되겠냐"라고 공방을 정리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전날 피고인신문에서 3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짜증을 내 무언가를 말하거나 부탁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이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JTBC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 같아 매우 당황했고, 괜한 정치적 오해를 받을까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적단체' 와 같은 격한 표현을 써가며 JTBC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해 비판해 뭐라 대꾸할 말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물리적으로도 3차 독대가 무언가를 부탁하는 자리가 될 수 없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삼성 측은 당시 대화의 30분 가운데 10분은 JTBC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이었는데 그렇다면 남은 20분 동안 특검이 주장하는 나머지 12개 현안에 대한 청탁이 물리적으로 오고갈 수 있느냐고 의심했다. 안종범 수첩에 적혀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부회장에게 박 전 대통령이 수첩 내용을 모두 이야기했다는 특검 측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분 동안 10개 넘는 주제에 대해 대통령과 이 부회장 양측이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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